2020년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실험에 동원된 동물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 일까? 우리나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라는 곳이 있어. 이곳에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매년 실태조사를 공표하고 있는데, 자료를 보면 작년에만 실험에 사용된 동물이 414만 1,433마리야. 2008년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이 때의 실험동물이 모두 76만 마리인데 12년 만에 5.4배나 증가한 거지.

 

게다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거든. 특히 일반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실험동물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2014년 일반 기업체 한 곳이 1년에 평균 7,849마리를 사용했는데, 2020년엔 그 수치가 11,776마리로 늘어났어. 종 별로 따지면 설치류(쥐, 햄스터 등)가 가장 많아. 2020년엔 전체의 84.8%나 차지할 정도야.

주목해야 할 건 고통 등급 E 실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야. 우리나라에선 동물실험을 고통 등급별로 분류해서 파악하고 있어. 스트레스나 고통을 거의 주지 않은 A등급부터 가장 심한 E등급까지로 분류하는데, 특히 E등급의 경우에는 마취제와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는 실험이야. 그런데 이 E등급 실험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2013년엔 E등급의 비율이 4마리 중 1마리 꼴이었다면 2020년엔 전체의 42.4%에 해당할 정도로 확 늘어났어.

유럽의 데이터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반대의 상황이야. EU는 고통 정도를 총 4단계로 구분하는데 2017년 기준으로 Mild(단기적 통증, 동물 생활에 심각한 손상이 없는 실험)의 비율이 50.8%나 되거든. 우리나라 기준으로 치면 B에서 C등급 정도인 건데 우리나라는 B, C 합쳐서 26.1%밖에 되질 않아. 가장 고통이 심한 Severe 등급은 전체의 10.7%에 불과해.

한 해에만 400만 마리가 넘는 실험동물들은 과연 어떤 실험들에 사용되는 걸까? 바로 의약품이야. 실험동물 절반 정도는 의약품 관련 실험에 이용됐어. 의약품을 제작하려면 법적인 요구사항들을 세세하게 통과해야 하는데, 그 규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선 동물실험이 필수적이거든. 전체 414만 1,433마리 중에 규제 시험에만 179만 마리의 동물들이 동원됐어. 전체의 43.4%에 해당되는 수치지.

규제 시험은 백신과 같은 물품을 판매하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점검하기 위한 시험들을 말해. 의약품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에 동물들이 많이 사용되는 거지. 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어찌 보면 불가피한 실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법 시스템을 위한, 말 그대로 형식적으로 해야 하는 실험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형식적인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 실험을 지적하고 있지.

유럽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해. 2017년 기준으로 유럽에서는 법적 규제 시험에 동원되는 동물은 23%에 불과하고 기초연구 분야에 가장 많은 45%의 동물들이 이용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거의 정 반대지. 우리나라는 규제 시험에 가장 많은 43.4%의 실험동물들이 쓰이고 기초연구 분야에는 31.3%가 사용되고 있으니까. 위의 그래프를 보면 그 차이가 실감날거야.

의약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 제작에도 동물실험은 이뤄지고 있어. 지난 레터에도 소개했던 영상인데, 이 영상부터 우선 보고 시작해볼게. 4분도 되지 않은 짧은 영상이니까 금방 볼 수 있어. 제목은 <Save Ralph>. 올해 4월 6일에 공개된 영환데, 영화의 주인공은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토끼 랄프야. 영화에서 랄프는 화장품 동물실험에 동원되면서 눈을 잃고 청각을 잃게 돼.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는 무려 1,368만 뷰. 스페인의 한 미디어 채널이 이 영상을 올렸는데 그 조회수는 4,2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나게 바이럴이 됐지.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고 SNS에서 #SaveRalph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어. 캠페인으로 멕시코에서만 130만 명이 넘는 청원이 몰렸고, 그 영향으로 멕시코는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 북미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한 국가는 멕시코가 최초야.

멕시코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국가는 40여 개야. 그 안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어. 2016년 화장품 분야 동물실험 금지 법안이 통과되면서 2017년 2월부터는 아예 원천적으로 금지 됐거든. 그런데 실태조사 데이터를 보면 여전히 화장품 관련 법률에 따른 시험에 사용되는 동물이 1,000마리 이상이야. 왜 그런 걸까?

법에 예외조항이 있거든. 자외선 차단제 같은 기능성 제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물실험을 허용하고 있어. 게다가 수출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동물실험이 가능하지. 특히 중국은 수입 화장품 동물실험 의무화 조항이 있어서 중국에 팔기 위해선 동물실험을 해야 해. 다행히 올해 5월부터 중국이 이 의무화 조항을 폐지했어. 하지만 의료기기나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상품들, 이를테면 치약이나 탐폰, 콘돔, 생리 컵, 데오도란트 같은 상품은 화장품으로 잡혀있지 않아서 이 상품을 위한 동물실험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야.

동물실험을 아예 없애기 위한 노력도 늘어나고 있어. 혹시 영국에 있는 생어 연구소라고 알고 있어? 생어 연구소는 과거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인간의 DNA 3분의 1을 해독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 연구소로 유명한 곳이거든. 세계 최고의 동물실험실도 가지고 있는 연구소에서 2022년까지 실험동물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선언을 했어. 대체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 동물을 굳이 실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 거지.

피부 자극 실험을 예를 들어볼까? 지금은 토끼 같은 실험동물의 살가죽을 벗겨내서 그 피부 위에 자극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배양 세포를 이용하면 굳이 동물을 가혹하게 고통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어. 아예 인간의 미니 장기를 만들어서 실제 의약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험하는 방식도 폭넓게 연구되고 있어. 동물 실험은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하는 실험이니만큼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거든. 실제로 논문들을 보면 동물 실험의 정확도를 43.5%에서 66.7% 정도로 제시하고 있기도 해.

물론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어. 세포 배양만으로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하는 일을 모두 다 확인할 순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거든.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확인해야 예상치 못한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해.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글은 여기까지야. 과연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나 샴푸, 치약, 데오도란드 같은 의약외품에 동물 실험은 과연 필수적인 걸까? 화학물질이 들어간 만큼 엄밀한 테스트가 필요한 건지, 아니면 대체 실험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건지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해. 짧은 투표이니만큼 많이 참여해주고 의견 남겨줘!

* 레터에 활용한 데이터와 기사들의 목록은 여기서 볼 수 있어.

60초 안에 이번주 마부뉴스에서 다룬 주제와 관련한 쓸모있는 정보 7개를 골라서 요약해드립니다. 매주 7/60만 꼼꼼히 살피면 상식왕은 시간문제!😉 제목을 누르면 기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야생 수달 거래 / Kontinentalist

• 동물대체시험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쉬 프라이즈'에서 4회 연속 한국인 수상자가 나옴
• '러쉬 프라이즈'는 로비, 과학, 홍보, 교육, 신진 연구자 부분으로 나누어 시상을 진행
• 2020년에는 의료기기 분야 동물대체시험법 국제공동연구팀이 로비 특별상을 수상
• 수상자는 모든 의료기기에 요구되는 시험법 중 하나인 토끼를 이용한 피부 자극 시험을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
• 러쉬 프라이즈는 이 대체 연구의 확대로 의료기기 업계에서 토끼 자극 테스트가 완전히 종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힘

• 현행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지만 도살·유통의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빠져있어 개 사육장은 가축업 적용을 받지 않음
• 도살 기준의 사각지대에서 개는 전기 혹은 목을 매다는 방법으로 잔인하게 도살됨
• 식품위생법상 개를 식품원료로 조리,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개 식용’ 자체에 대한 금지 조항은 없어 관련 식당이 운영되고 있음
•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이 개 식용을 금지했고, 현재 개 식용이 남은 나라는 캄보디아, 베트남 그리고 우리나라
• 한편에서는 개 식용이 문화적 관습이자 개인 선택의 영역이라는 주장도 있음
• 국회에서는 ‘개 도살, 식용, 판매 금지’를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

• 9월 ‘동물복지 국회포럼’에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 발의
• 기존의 동물보호법이 동물보호 복지와 안전관리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 많았음
• 전부개정안에는 소유자 등의 사육관리 의무 확대 /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동물사육금지 제도화 /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등의 내용이 있음
• 또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체계 개편 및 기능 강화 /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 개선 등의 축산동물, 실험동물에 관한 개정사항도 있음
• 이번 개정안 중 80%가 반려동물에 관한 개정사항으로, 사실상 반려동물보호법에만 머문다는 비판도 있음

오리와 거위들의 비명 섞인 '라이브 플러킹'

애견미용학원 동물학대의 실태

•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 미용업이 등록업으로 지정되면서 관련 사업자들은 미용 작업대와 낙상 예방 장치, 욕조·온수 시설 등을 구비해야 함
• 하지만 반려동물 미용업 종사자를 교육·양성하는 학원들은 관련 법이 규정한 업종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시설이 열악함
• 또한 좁은 케이지 안에 여러 마리의 실습견을 몰아넣어 배변 관리가 잘 안돼 위생 상태도 좋지 않음
• 미용학원에서 사용되는 실습견들은 대부분 인근 사육 농장에서 제공됨
• 사육 농장주는 비가임 기간 강아지들의 미용과 사료 등의 보상도 받을 수 있고, 학원도 사료 제공 외에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아 서로 윈윈 관계임
• 일부 학원에서 학대 위험 민원이 들어오지만 시의 지도 점검 권한이 없어 사실상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기에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함

독자들 안녕!😃11월 넷째 주 마부뉴스는 동물 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왔어. 우리가 쓰고 있는 물품 뒤에는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이번 레터를 읽고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 아래 피드백 링크를 통해 알려줘. 마부뉴스는 다음 주 새로운 주제와 데이터로 돌아올게! 급격히 추워진 날씨 다들 몸조심하고 다음 주에 만나~ 안녕!

 

(P.S. 마부뉴스 제작진들은 지난주부터 시작된 ‘마부라디오’에 관한 독자들의 의견을 상시 대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