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남극과 달리 대륙이 아니라 바다야. 북극에 보이는 하얀 건 땅이 아니라 북극해의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지. 물론 북극권에 위치한 육지에서 만들어진 민물이 언 '빙하'도 있겠지만 북극해를 채우고 있는 건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해빙'이 대다수야.

이 해빙은 계절마다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고 있어. 추워지는 가을과 겨울철에는 발달했다가, 따뜻해지는 봄과 여름에는 수축하는 식으로 말이야. 1978년부터 2025년까지 월별 북극 해빙 크기를 그래프로 나타내보면 위의 그림처럼 나와. 북극의 해빙이 가장 작아지는 시기는 9월 초 무렵으로, 최대 시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지.

이 데이터 가운데, 북극 해빙의 크기가 가장 쪼그라드는 시점인 9월의 데이터만 가지고 그래프를 다시 그려봤어. 그럼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최근으로 오면 올수록 해빙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 1970년대 말에는 미국 본토 크기만한 해빙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어. 이렇게 된 건 구독자가 알고 있듯이, 바로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야. 문제는 북극이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거야.

1900년부터 2024년까지 변화를 살펴보면 북극의 평균 기온이 1980년대 이후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어.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 상승률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고. 그런데 왜 추운 북극이 이렇게나 더 빠르게 뜨거워지는 걸까?

그 이유는 북극의 눈과 얼음들 때문이야. 북극에 있는 해빙은 태양빛을 우주로 반사하는 거대한 거울 역할을 해. 그런데 이 친구들이 녹아버린다면? 얼음 밑에 있던 어두운 바다가 노출되고, 그러면 태양빛을 반사하는 양은 줄어들고 흡수하는 양이 늘어나게 되는 거지. 게다가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온실효과가 강한 메탄같은 기체가 배출되면서 상승세가 가속되고 있어.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북극을 뒤덮고 있던 해빙이 더 많이 녹고 그 영향으로 북극의 바닷길이 열리고 있어. 유럽 시장과의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 항로로 북극항로가 떠오르게 된 거지.

만약 여름철 해빙이 많이 녹았을 때에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그 운송비용은 기존 항로 대비 크게 줄어. 수에즈 운하 항로를 이용할 경우 우리나라 선박의 운항 비용은 383만 달러 정도로 나와. 거리가 더 먼 희망봉 항로는 418만 달러이고. 반면 북극항로는 300만 달러 수준으로 운항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북극항로의 경제성 뿐 아니라 북극 내 에너지 자원도 상당하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많은 국가들이 북극을 전략적 요충지로 바라보고 있어. 일단 북극권 8개국이 가장 적극적이야.

미국, 캐나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러시아까지 8개 국가들은 1996년에 북극에 관련된 각종 문제를 논의하는 북극이사회를 꾸렸어. 북극이사회에선 북극의 환경 보호와 과학적 연구, 또 개발을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개발만 논의하기로 합의했지. 과거 냉전 시기의 북극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잠재적 공격 루트이자, 군사 작전 지역이었지만 냉전이 끝나고 꾸려진 북극이사회에선 북극을 인류를 위해서, 평화롭게 이용하자고 약속한거야.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극이사회에 균열이 발생했어. 러시아를 제외한 7개 회원국이 러시아를 보이콧했고, 러시아는 이사회 참여 중단을 선언했거든. 게다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안보가 불안해진 핀란드와 스웨덴이 연이어 NATO에 가입하면서 북극권이 다시금 절반으로 나뉘어 버렸어.

사실 그전부터 러시아는 북극의 경제적, 정치적 지배권을 점점 늘려오고 있었어. 과거 소련시절 사용한 북극의 군사기지를 재개하고 새로운 사령부를 세우며 인프라를 확장해 왔거든.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닥친 이후엔 그 돌파구로 북극항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야. 그래서 러시아의 북극항로 물동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

2011년 311만 톤이었던 러시아 북극항로 물동량은 작년 3,789만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어. 앞으로 그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서 2028년엔 최대 8,510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하지만 이렇게 점점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지만, 서방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면 당장 국제 운송로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거야. 그래서 지금은 중국과의 교역이 북극항로 화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야. 러시아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중국과의 접점을 더 늘리고 있어. 지난 5월에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극항로 개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중국도 사실 나쁠 이유가 없어. 중국은 북극권에 속해 있지도 않지만 지난 2018년에 '극지 실크로드'라는 중국만의 북극 정책을 발표하면서 북극 운송로 개척을 추진해왔거든. 그리고 지난 9월 22일 중국 닝보항을 떠난 선박이 10월 12일에 영국 펠리스토우 항구에 도착하면서 중국 최초로 북극항로 상업 운항을 성공시키기도 했지.

중국은 단순히 북극항로에서만 러시아와의 접점을 늘리는 게 아니라 북극 내의 군사, 안보 협력도 강화하고 있어. 러시아와 함께 북극해를 합동으로 순찰하기도 하고, 양국 폭격기가 합동으로 알래스카 근처에서 정찰 비행을 할 정도야.

당연히 미국 입장에서는 북극내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신경 쓰일 수 밖에 없겠지. 그래서 미국은 북극항로가 어느 한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항로가 아니라 모두가 이용가능한 국제 수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미국도 북극해 주도권을 확보할 목적에서 말이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도 북극권 내의 미국 영향력 확대로 해석할 수도 있을 거야.

문제는 미국의 인프라가 너무 딸린다는 거야. 미국이 보유한 쇄빙선은 현재 3척 뿐이야. 반면 러시아는 41척, 중국은 5척이나 돼. 최근에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형 쇄빙선 11척을 공동 건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완성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많은 국가들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뛰어들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극항로에 마냥 장밋빛 미래만 보장된 건 아니야. 일단 기존 항로와 비교해서 비용이 적게 드는 건 맞지만 여러가지 따져보면 경제성이 아주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거든.

기본적으로 컨테이너 선들은 최종 목적지까지 가면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항구를 들르며 화물을 싣고 내리며 돈을 벌어. 하지만 현재 북극항로에서는 중간에 들를 항구가 러시아 외에는 없다는 제약이 있어. 

또한 유빙 충돌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무겁고 단단한 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건조 비용도 많이 들고 연료 소모도 커질 수 밖에 없어. 게다가 여전히 북극항로가 기존 항로보다 위험하다보니 보험비가 많이 발생한다는 문제도 있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북극항로는 여름과 초가을에만 열리고 겨울에는 운항이 제한될 수 있는 계절 항로라는 것도 걸림돌이 돼.

북극항로가 초래할 환경 파괴 역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야. 가장 큰 문제는 중유를 쓰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배출하는 그을음, 이른바 블랙 카본 문제야.

이 지도는 2021년 북극 지역에 배출된 블랙 카본을 시각화한 자료야. 2021년 북극에서 운항한 선박들이 배출한 블랙 카본은 모두 1,529톤. 이렇게 배출된 블랙 카본이 북극의 눈과 얼음에 달라 붙게 되면 얼음이 햇빛을 덜 반사하게 되면서 빛을 더 흡수하고, 더 빠르게 녹게 만들어.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스위스의 MSC는 이러한 환경 문제를 이유로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1위 기업뿐 아니라 2위, 3위 기업 모두 환경 파괴와 경제성을 이유로 북극항로 이용을 포기했고.

일단 국제해사기구 IMO에서는 북극해를 통과하는 선박은 중유를 사용하지 못하고, 운반도 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했어. 또한 극지의 환경 오염을 최대한 낮추는 연료를 사용하도록 '극지 연료'라는 개념을 도입하려는 논의도 이어가면서 지속가능한 북극항로 이용을 고민하고 있어.

19세기 수에즈 운하 개통이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해운 허브로 만들었듯이, 북극항로 시대에는 새로운 싱가포르가 탄생할 지도 몰라. 그 주인공이 대한민국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거야.

실제로 우리에겐 충분한 잠재력이 있기도 해. 부산항은 현재 세계 해운 연결성 지수 4위를 차지하고 있거든. 우리보다 위에는 상하이, 닝보, 싱가포르 밖에 없어. 북극항로의 중간 기착지이자 물류 허브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야. 중국이 이미 닝보에서 영국까지 첫 북극항로 상업 운항에 성공한 만큼, 우리도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북극의 얼음이 녹아 생긴 이 기회를 잡으면서도,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일 거야. 경제적 기회와 환경적 책임,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북극항로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구독자는 어떻게 생각해? 오늘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야.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PortWatch

우리가 쓰는 옷, 휴대폰, 커피 대부분은 바다를 건너온 물건이야. 이 모든 교역은 지금도 수많은 배가 전 세계를 오가고 있기에 가능하지. PortWatch는 위성과 선박 데이터를 이용해 전 세계 항만의 움직임과 무역 흐름을 실시간에 가깝게 보여주는 사이트야. 지금 바다 위에 얼마나 많은 배가 떠 있는지 직접 확인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