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의 핵심 문장은 이거야.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기업처럼 행동해왔다"

판결을 내린 판사는 구글이 배타적인 계약을 통해 독점적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했다고 인정했어. 이제 남은 쟁점은 구글이 갖고 있는 검색 시장의 독점 지배력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였는데, 법무부는 크롬 분리를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주장했어. 물론 당연히 구글은 반발했고.

올해 4월부터는 그 방안을 두고 재판을 이어오고 있는데, 크롬의 강제 매각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AI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크롬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어.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AI 서비스 유통에 골머리를 갖고 있던 기업들이 크롬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거야. 당연히 구글은 크롬을 팔 생각은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주가는 상승하기 어려웠어.

그러다가 지난 9월 2일에 법원의 판결이 나온거야. 크롬을 강제로 매각할 필요 없다고. 강제 매각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자 주식 시장은 반응했고 그 결과가 앞서 살펴본 그래프였어. 구글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9월 15일에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이어 역대 4번째 기록이야.

다만 법원은 검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 구글이 경쟁사들에게 자신들의 검색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라 지시했어. 하지만 구글은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가 자신들의 지식재산권 침해라는 입장이라 항소 가능성도 남아 있지. 법무부의 항소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최종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구글의 발목을 잡던 사법 리스크 해소도 해소지만 이 것 만으로 주가 상승을 설명하긴 어려워. 결국 핵심에는 구글의 기술력이 있지. 주변에서 AI 이야기를 하다보면 과거엔 구글 모델이 자주 언급되질 않았던 게 사실이야.

소비자 입장에센 오픈AI의 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우선이고 개발자 입장에서도 오픈소스인 메타의 라마나 중국 모델들이 먼저 나오는 게 현실이었어. 이런 짤이 돌 정도로 취급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야.

하지만 지금은 달라. 최근엔 구글의 기술력이 미친 거 같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거든. 지난 8월 중순에 뜬금없이 LM아레나에 정체불명의 모델 하나가 등장해. 이름하여 '나노 바나나'. 나노 바나나는 기존 이미지 생성 모델들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품질을 보여줬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노 바나나로 피규어 이미지를 만드는 게 한 때 유행하기도 했지.

이 모델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를 두고 관심이 많았는데,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름모를 기업이 딥시크 쇼크에 이어서 또 다른 대단한 모델을 만든 거 아니냐는 썰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구글의 것이었어.

나노 바나나 뿐 아니라 구글은 제미나이 모델의 성능을 끌어 올리며 기술력을 발휘하고 있어. 음악, 영상, 음성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발전된 모델들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어. 물론 구글 AI의 시작은 험난했어. 사실 성능이 형편 없었어.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바드 기억해?

구글 입장에선 조금 안타까울 수 있는게 원래 AI 선두주자는 구글이었어. 많은 사람들이 AI라는 개념이 확 와닿았던 이벤트는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이었지. 이 알파고를 만든 게 구글의 딥마인드였으니까.

하지만 AI 역사상, 과장을 보태서 기술 역사상 인류에게 유례없는 파급력을 가져왔던 건 오픈AI의 GPT-3.5였어. 2022년 11월 30일에 공개된 이후 출시 5일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어. GPT의 기술적 근원인 트랜스포머도 구글에서 만들었는데, 옆 집에서 계속 치고나가니 구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었고.

그래서 구글은 2022년 12월, 베테랑 개발자인 시시 샤오에게 100일 안에 챗GPT와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라는 특명을 내려. AI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온 구글이 언어 모델을 안 갖고 있을 리 없겠지? 사실 구글은 LaMDA(람다)라는 언어 모델을 2021년에 이미 공개했었지만, 대중들에게 서비스하진 않았어. 당시까지는 오류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글은 이 람다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신속하게 만들기 시작해. 구글 전사에서 100명의 인재들을 차출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게 바로 바드야. 바드 정식 출시에 앞서서 선공개한 영상에서 바드는 안타깝게도 엉뚱한 대답을 뱉어내.

이 대답 한번으로 구글 주가는 7%가 빠졌고, 126조가 증발해버려. 그 시기 옆 집 오픈AI에서는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GPT-4를 공개했고.

이대론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 구글은 모델의 세대교체를 위해 개발, 연구 역량을 집중해. 구글의 AI 연구는 영국의 딥마인드, 미국의 구글 브레인 이렇게 이원화되어 있었는데, 두 조직을 구글 딥마인드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합치고 그 수장엔 데미스 허사비스를 앉혀 모델 개발을 맡겼어. 그리고 2023년 12월에 드디어 제미나이 1.0이 공개되었지.

공개 초창기에는 다른 잘나가는 모델과의 성능 차이가 많았어. 하지만 모델 버전이 올라가면서 사용자들이 성능 변화를 직접 느낄 정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어. 그 결과는 점유율로 증명되고 있고.

여전히 업계 1위는 오픈AI이야.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고, 최근으로 올수록 오픈AI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건 구글의 제미나이야. 1년 전 오픈AI가 87.1%, 제미나이가 6.4%였지만, 지금은 오픈AI는 74.1%로 줄어들었고, 제미나이는 12.9%로 2배 늘어났어.

올해 노벨 위원회가 주목한 물리학은 양자컴퓨터의 시대를 연 양자실험 영역이었어. 전자회로에서 양자역학의 터널링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해낸 3명의 과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었지.

구글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노벨물리학상 이야기를 하나 싶겠지만, 이번 수상자 3명 중 2명이 구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 미셸 드보레(Michel H. Devoret)는 현재 구글 퀀텀AI의 최고과학책임자로 일을 하고 있고, 존 마니티스(John M. Martinis)는 과거 구글 퀀텀AI의 하드웨어팀을 이끈 리더였어.

작년에는 노벨화학상에서 구글 현직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어. 단백질 구조 예측에 혁혁한 공을 세운 알파폴드를 만든 구글의 연구진들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했거든.

거기에 노벨물리학상에서는 구글에서 AI 연구를 리드해온 제프리 힌튼이 수상하면서 최근 2년 사이에만 구글 전현직자 5명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거야.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가 자신의 SNS에 구글의 위엄을 자랑할 만큼 엄청난 성과를 보였어.

이런 흐름을 두고 구글이 제 2의 벨 연구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더라고. 민간기업 연구소 중 단연 독보적인 실적을 자랑하는 건 알렉산더 벨이 만든 AT&T 벨 연구소야. 벨 연구소 소속 연구진 가운데 무려 13명이 노벨상을 수상한 바가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실적을 자랑해.

구글은 제 2의 벨 연구소라는 별칭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과학 영역에 걸쳐 연구를 이어오고 있어. 특히나 AI를 활용한 연구로는 따라올 연구소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고. 차세대 핵융합 에너지에 AI를 도입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고, 유체역학의 복잡한 방정식이자 밀레니엄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트로크 방정식의 해법을 찾기 위해 AI를 도입해보기도 했어. 또 우주의 중력파를 AI와 연계해서 연구를 하고 있지.

물론 구글의 연구진들이 순수 연구만 하는 건 아니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업화할 영역은 상업화하고 그걸로 기업에 이윤을 높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니까. 그러다보니 일부 연구자들은 제품 생산이나 상업화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있긴 해.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영역과 응용 파트를 잇는 R&D 전략이 구글의 경쟁력에 큰 도움을 준건 분명해 보여. 그리고 그 기반엔 상당한 규모의 R&D 투자가 자리하고 있고.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구글의 R&D 투자 규모를 그려봤어. 2010년 38억 달러 수준이었던 투자액이 작년엔 494억 달러로 증가했어. 2024년 기준으로 아마존에 이어 전 세계 2위 규모야. 지난 15년 간 13배 늘어났고, 전년 대비 평균적으로 21% 늘려오면서 꾸준히 R&D 투자를 늘리고 있어. 지난 15년간 구글은 버는 매출의 14.4%를 자신들의 기술 개발, 연구에 투자해왔어.

열심히 R&D 투자해서 AI 개발 열심히 하는 구글. 구글은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제미나이를 적용하여 AI 기반의 서비스 고도화를 꿰하고 있어.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구글의 제 살 깎아먹기라는 이야기를 해. 투자도 늘리고, 기술 개발하는 거 다 좋은데 과연 이게 구글에게 좋은 일일까 싶은거지.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볼게.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자료로 그려본 구글의 수익 구조야. 그래프 중앙에 위치한 전체 수익(Revenue) 964억 달러 가운데 오른쪽에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구글 검색 광고, 유튜브 광고, 광고 파트너스(Google AdMob)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이야.

연도별로 살펴보면 구글 수익 가운데 광고 파트가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해오고 있어. 그 중 절대 다수가 검색 광고고.

문제는 AI가 발전하면서 검색 시장을 점점 갉아 먹고 있다는 거야. 아마 구독자가 구글이나 빙, 네이버 등 포털에서 검색을 하다보면 AI가 종종 답변을 요약해주는 거 본 적 있을거야. AI가 뱉어낸 대답이 만족스러우면 굳이 사이트에 들어갈 필요 없이 우리는 검색을 마치게 돼. 이른바 '제로 클릭 검색'인데, 클릭 없이 검색하는 경험이 일상화되면 기존 사이트들 입장에선 트래픽이 감소할 수 밖에 없어.

물론 이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구글의 광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을 거야. 그래서 지난 1, 2분기엔 AI를 적용한 검색 서비스의 영향으로 광고 실적이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지.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트래픽이 줄어들고 더 이상 이용자들이 들어오지 않는 웹사이트들이 많아지면 굳이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할 필요가 없어질거야. 그러면 구글이 노출할 사이트 자체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생기는 거고.

더 큰 문제는 이제 사람들이 검색을 할 때 구글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거야. 검색이 곧 구글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어.

2006년 6월에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검색한다는 의미로 '구글'이 등재될 정도였지만 지금은 달라졌어. 최근 영미권 10대들은 검색한다는 단어를 사용할 때 굳이 구글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 그냥 search인거지. Z세대들은 식당을 검색할 땐 틱톡에, 물건을 살 땐 아마존에, 숙제를 할 땐 챗GPT를 사용하고 있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사용자의 절반 이상(53%)이 구글 대신 틱톡, 레딧,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더라고. 어도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4명 중 1명은 정보 검색 할 때 구글보다 챗GPT를 선호한다고 얘기했어. 게다가 최근엔 챗GPT가 자체 웹 브라우저인 아틀라스를 출시한만큼 검색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지.

구글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건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이 급성장했다는 거야.

앞서 살펴본 이 그래프에서 광고 매출 비율 대신 늘어나는 이 영역이 바로 클라우드 파트거든. 2017년엔 3.7%에 불과했던 클라우드가 작년엔 12.4%까지 늘어났어. 앤트로픽이 구글과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을 추가로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구글 입장에서는 이 클라우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지.

구글은 검색 광고라는 캐시카우를 스스로 잠식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클라우드나 온디바이스, AI 에이전트로 접점을 확장해가며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하고 있어.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기보다는 AI 맞춤형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

구글은 시작부터 1등인 기업이 아니었어. 세계 최초의 검색 엔진은 따로 있었고, 웹 브라우저 역시 구글이 최초는 아니었지. 하지만 지금은 모두 구글이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AI에서도 지금은 1등은 아니지만 그들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성장하고 있어.

과연 검색 왕국 구글은 어떤 답을 찾게 될까? 그리고 앞으로 5년 뒤에는 구글은 어떤 기업이 되어 있을까? 구독자는 어떻게 생각해? 오늘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야.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One Sound, Two Frames

One Sound, Two Frames는 구글 애트앤컬처에서 제작한 게임이야. 음악을 듣고 이 음악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준 그림이 무엇일지 추측하는 거지. 이 모든 건 AI를 통해 만들었는데, 우리가 아는 Gemini와 음악 AI Lyria를 활용해서 그림의 분위기와 맞는 음악을 생성했다고 해.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점점 어려워져서 그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고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구독자는 몇 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