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명문 대학교의 심리학과 학부 시험에 AI 답안지를 껴 넣어 테스트를 해봤어. 학생이 직접 쓴 답안 1,134건에 AI가 생성한 답안 63건을 섞어 넣은 건데, 채점자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했어. 과연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실험 결과 AI 제출물을 정확히 탐지(Flagged)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어. AI가 써낸 답변 63건 가운데 4건만 탐지됐을 정도였지. 채점하는 사람이 '아 이건 AI가 만든 거다'라고 직접 표기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어.

일부 선생님들 가운데에는 아예 교육 현장에서 AI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어. 교육은 본질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해내는 과정인데, 생성형 AI는 그 주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말이야. 교육의 본질에 위협을 가하는 생성형 AI를 교육 현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서명에 현재까지 9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참여했어.

일부 선생님들의 이러한 우려가 납득이 되는 건 실제 학생들이 AI와 대화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주체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이야.

앤트로픽에서 학생들의 AI 사용 패턴을 연구해 봤어. 익명화된 학생 대화 100만 건 중에 학업과 관련된 57만 여개의 대화를 분석해 본 거지. 학생들의 대화 가운데 47%가 AI에게 개념적인 질문으로 정보를 찾는 대화였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려줘.", "표절 감지를 피하기 위해 글을 다시 써줘"처럼 스스로 생각하기보단 AI에 외주화 하거나 부정행위를 걸리지 않기 위한 질문들이 가장 많았던 거야.

인간의 사고 과정을 크게 6단계로 구분하면 이렇게 나눌 수 있어. 기억하고, 이해하고, 적용하고, 분석하고, 문제를 평가하고, 새로운 걸 창조하고. 미국의 인지교육학자 벤자민 블룸이 만든 분류법인데,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 6단계에 맞춰 교육 제도를 설계해.

앤트로픽을 향해 던진 학생들의 질문들을 블룸의 구분법에 따라 나눠보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분류할 수 있어.

고차원 인지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 평가, 분석과 관련된 작업의 AI 처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창조 영역이 전체 질문의 39.8%, 분석이 30.2%를 차지하고 있어서 전체 질문 10개 중 7개는 고차원 인지 능력을 부탁하는 질문에 해당했어.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학생들이 고차원 인지 능력을 AI에 맡긴다면 사고 발달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는 거야.

물론 AI 기업들이 이런 우려 지점을 모르는 게 아니야. 그러다 보니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어.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튜터 기능'이야. 단순히 정답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처럼 질문에 질문을 이어나가는 거지. AI를 이용하는 학생의 사고 과정에 도움만 주고, 문제는 스스로 풀 수 있도록 하는 거야.

앤트로픽에서는 클로드 포 에듀케이션을 공개했고, 오픈AI의 챗GPT에는 공부 모드가 있어. 이런 학습 전용 모드에서는 중간중간 퀴즈나 플래시 카드를 이용해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능도 활용되고 있어.

그렇다면 이렇게 AI가 사용자 맞춤으로 튜터링을 해준다면 교육생들은 더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될까? 연구진들이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듣는 물리학 수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봤어.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번갈아가며 AI 튜터링을 진행해 봤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어.

AI 튜터링을 진행한 학생들의 시험 결과가 스스로 공부한 학생들보다 더 높게 나왔어. 사전 점수 2.75점과 비교했을 때 일반적인 방법으로 공부한 집단은 3.5점, AI 튜터 그룹은 4.5점을 받았어.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실험 결과가 나왔어. 펜실베이니아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인데, 이번엔 그룹을 3개로 나눠서 진행했어. 첫 번째 그룹은 교과서와 필기로 공부했고, 두 번째 그룹은 챗GPT가 그냥 정답을 알려줬지. 그리고 마지막 그룹은 챗GPT와 튜터링을 진행했어.

과제 수행 능력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공부를 한 그룹보다 GPT를 이용한 두 그룹 모두 점수가 높게 나왔어. 특히 튜터링의 경우 127% 향상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어. 하지만 시험 성적은? GPT가 정답을 떠먹여 주는 그룹은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 GPT 튜터링 그룹도 점수가 낮게 나왔지만 이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어. 즉 그냥 AI에게 정답을 받아서 쓰면 장기적으로 학습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거야.

AI 기업들은 튜터링 기능을 내세워 교육 효과를 자랑하고 있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야.

지난 7월 8일에 오픈AI, MS, 앤트로픽 AI 3사는 미국의 최대 교사 노조 중 한 곳과 파트너십 체결했어. 파트너십 규모는 2,300만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320억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을 자랑하지. 이 파트너십의 결과로 미국엔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가 출범했고 올 가을부터 아카데미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방법 교육 예정이라고 해.

AI 기업들은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게도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어. 구글은 대학생이라면 1년간 제미나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픈AI는 2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 그록도 학교 계정으로 가입하면 슈퍼그록을 2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한 쪽에서는 선생님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또 앞으로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다양한 판촉행사를 하는 거야. AI 기업들이 교육 시장에 진출하는 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일 수 있어. 한편에선 교육 격차 해소의 기회로 해석하지만 동시에 AI 의존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게 현실인 만큼 대비가 필요해.

AI 기술 발전으로 교육 현장은 대전환기를 맞이했어. 하지만 아직까지 그 틀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 AI 사용을 막으려는 교수님들과 적극 활용하려는 학생들 사이의 줄다리기, 또 직접 쓴 글조차 AI가 작성했다고 오해받는 억울한 상황들까지. 이런 갈등 속에서 AI 기업들은 이미 교사와 학생 양쪽 모두에게 깊숙이 손을 뻗치고 있어.

AI를 교육에 도입하는 것 자체는 이제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어.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 AI를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 거야. 최근 출범한 국가AI전략위원회에 AI가 교육에 미칠 영향을 고민할 사회 분과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야. 위원회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AI와 교육에 대한 제대로 된 해답을 찾길 바라며 오늘 편지를 마무리하려고 해.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Learn Your Way

이 사이트는 구글 랩스에서 만든 AI 교과서 플랫폼이야. AI를 활용해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서 기초 교양 분야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천문학, 생물학과 같은 과학 분야부터 역사, 경제와 같은 인문사회 분야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중간중간 퀴즈도 있어서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어. 앞으로 AI는 우리의 학습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