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뜨거워진 날씨가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겠지? 우리가 느끼는 폭염은 전 지구가 겪는 기후 위기의 일부분에 불과해. NASA가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은 1880년 이래 가장 더운 해였어. 20세기 평균 기온과 비교하면 1.28℃나 높았을 정도로 말이야. 이 평균 기온과 비교해서

지난해 지구가 얼마나 더웠는지를 그려보면 위의 그림처럼 나와. 온 세상이 빨갛지.

유럽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에선 작년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6℃ 더 높았다고 발표하기도 했어.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이었던 1.5℃ 선이 처음으로 뚫린 거야.😭 하루하루를 산업화 이전 평균 온도와 비교해보면 작년 366일은 모두 1.25℃ 높았고, 그중 4분의 3은 1.5℃ 넘게 뜨거웠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작년 한 해 1.5℃를 넘긴 날은 모두 277일이야. 재작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급격한 증가세인데, 2023년도 1년 내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도 넘게 더웠지만 1.5℃ 넘게 뜨거워진 날은 175일이었거든.

지난 2023년에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어. 우리가 모두 바라는 희망의 종결이라면 좋겠지만, 그다음에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건 다름아닌 '지구 열대화' 시대였지. 따뜻해지는 'warming'을 넘어서, 펄펄 끓는 'boiling' 시대를 맞이하게 된거야.

지난 6월의 포르투갈 모라에선 수은주가 46.6℃를 찍었고,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최고기온이 49℃를 넘겼어. 중국 충칭에선 체감온도가 50℃에 육박하는 폭염이 닥치는 등 전 세계가 폭염에 신음하고 있지.

지난 7월, 유엔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어. 기후변화가 단순히 법적 쟁점을 넘어섰고, 지구라는 행성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강조한거야.

한 해 한 해가 다를 정도로 극한의 기후가 다가오고 있지만,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아. 작년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상 최대치를 찍을 정도로 말이지. 1.5℃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기후협약을 맺고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거야.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자, 과학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예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조작해보자는 거야. 바로 '지구공학'이지.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엄청난 폭발이 발생해. 뾰족했던 산은 대폭발로 깎여 나갔고, 그 자리엔 거대한 칼데라가 생겼지.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기 중에 분출한 화산재는 그 양이 너무나도 많아서 성층권까지 화산재 기둥이 형성될 정도였어.

NASA에서 분석해보니 이 화산 폭발로 약 1,500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분출되었는데,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이 대기 중의 물과 반응하면서 황산 입자로 구성된 에어로졸 입자층을 형성했어. 그런데 웬걸? 대폭발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떨어지는 거야.

알고 보니 분화로 만들어진 에어로졸 층이 태양빛을 더 많이 산란시키면서 지표면에 닿는 빛을 줄여준 거야. 게다가 대기권과 달리 성층권에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서, 한 번 만들어진 에어로졸 층은 수년간 영향을 주었지. 화산 폭발 영향으로 2년 가까이 지구 평균 온도를 낮췄고, 그 수치는 무려 0.5도나 돼

과학자들은 피나투보 화산에서 영감을 받아 태양광이 지구에 들어오는 걸 줄여보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해. 이게 바로 지구 단위의 공학적 접근, 지구공학이야. 그중에서도 태양광에 집중한 분야를 '태양지구공학(SRM)'이라고 부르지.

앞서 이야기한 화산 분화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방식이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 기법이야. 그 외에도 해양 구름을 밝게 만들어서 태양빛의 산란을 증가시키는 기법(MCB)도 있고, 구름 씨앗을 뿌려 인공 새털구름을 만들어서 지구 복사열이 잘 빠져나가도록 하는 방법(CCT)도 있어.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많은 과학자들이 뛰어드는 학문 분야이자, 점점 더 이 태양지구공학에 자본이 몰리고 있거든. 기후위기는 점점 가속화되고 심해지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지 않고 있으니, 인공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거야.

학술정보 플랫폼 'Lens'에 SRM을 검색하면 위와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어. 1950년부터 현재까지 총 11만 6,055개의 자료가 나오지. 최근으로 오면 올수록 연구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 그 이유는 뭐겠어, 바로 자본이 SMR 분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야.

2023년과 2024년에 SRM에 투자된 규모가 연 3,000만 달러를 넘기고 있어. 2007년부터 누적 투자금액은 1억 9,170만 달러고. 2029년까지 예정된 투자액이 이미 1억 6,000만 달러가 넘어서 투자금의 증가세는 계속될 예정이야.

참고로 태양지구공학에 투자한 사람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기술 거물들의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어. 일단 빌 게이츠는 2030년까지 태양지구공학에 총 97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야.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개발도상국의 태양지구공학 과학자들에게 90만 달러를 투자했고, 구글 부사장 출신의 앨런 유스터스는 하버드 대학교의 지구공학 프로젝트에 기부한 바 있지.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이 가장 적극적이야. 영국의 고등연구발명청(ARIA)은 이 태양지구공학에 5,00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921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어.

전 세계 79개국 정상들이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해 'CW-7'이라는 냉각제를 살포하기로 결의해. 시원한 날씨를 되찾길 바라며 이름도 'Cold Weather'에서 따와 만든 이 냉각제를 2014년에 살포를 했지. 하지만 CW-7의 부작용으로 지구엔 빙하기가 찾아오고 말아.

이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이야기야. 설국열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SF 작품에서는 인류가 인위적으로 태양빛을 차단했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해왔어. 매트릭스 시리즈의 '암흑폭풍작전'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

실제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어. 과학자들은 태양지구공학이 실제 인간과 자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며 경고하고 있거든. 지구라는 거대한 규모의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와.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뒤범벅이 되어있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수 있겠냐는 거야. 이러한 지적이 일리가 있는 게, 실제로 인공 기후 실험을 했을 때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관측되기도 해.

지구공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는 인공강우, 중국의 충칭에서 폭염을 식히기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했는데 태풍급의 폭풍우가 갑자기 불어닥친 일이 있어. 중형급 태풍 수준인 초속 34.4m를 기록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난 거지. 현지 기상당국은 불어닥친 폭풍우가 인공강우 탓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의 염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이지?

또 하나 연구진이 지적하고 있는 건, 태양지구공학 연구 자금의 대부분이 북반구 국가들에게로 간다는 거야.

현재까지 태양지구공학 투자가 이뤄진 국가는 모두 34개국이야. 이 중 북반구 국가 12개국이 받은 투자금은 1억 8,820만 달러로 압도적이야. 반면 남반구에선 22개국으로 더 많지만, 이들의 투자금액은 350만 달러, 전체의 2%에 불과해.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선진국이 투자를 받고, 또 실험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고 설득하기 쉬운 정부가 있는 남반구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어. 실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은 남반구 국가들이 떠안게 될 테고.

지난 5월엔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태양지구공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콘퍼런스가 열렸어. 아프리카의 시민단체들은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연구진을 상대로 '아프리카는 실험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진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실험을 이어가고 있어.

지난 7월 27일,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서 MCB 기법의 실험을 진행했어. 항공모함 위에서 바닷물을 공중에 분사해 밝은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산란시켜 보겠다는 거였지. 이들은 북미 해안의, 서울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해역에 대규모 구름을 생성할 계획이었어. 문제는 이 실험을 사전에 고지 없이 진행했다는 거야. 알라메다 시의회는 바로 제지에 나섰고, 결국 실험은 20분 만에 중단되었지.

심각한 건, 이 연구팀은 작년에도 동일한 실험을 했다가 중단된 적이 있다는 점이야. 지난해 4월 초부터 5월까지 동일하게 샌프란시스코에서 실험을 진행하다가 많은 주민이 우려를 표하자 2주 만에 실험이 종료된 바 있거든. 이후 알라메다 시의회가 재개 여부를 논의했는데, 만장일치로 실험을 허가하지 않았어.

워싱턴 대학뿐만 아니라 과거 하버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어. 당시 하버드에선 성층권에 탄산칼슘(분필 가루)을 방출해서 에어로졸 실험을 진행하려 했지. 스웨덴에서 첫 실험을 진행하려 했으나, 주민들과 여론의 반대가 심해 프로젝트가 취소된 바 있어.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고, 심지어 과학자들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부 연구진은 실험을 강행하고 있어.

한쪽에서는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으로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비사용 협정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하기도 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야. 지난해 유엔환경총회에서도 이 기술을 규제할지를 두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불발되기도 했고.

오늘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야.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