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정부에서는 지난 5월에 상하차 분류 직종에 이주노동자의 비전문취업을 허용해줬어. 뿐만 아니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주방 보조와 홀서빙, 호텔 청소원 업종도 새롭게 추가했지.

하지만 이렇게 일을 시작한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해. 이주노동자들의 연간 임금체불 규모만 해도 1,000억 원을 넘어설 정도거든.

2018년 이주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은 모두 972억 원이었어. 2019년에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겼고, 작년까지 매년 1,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어. 임금을 받지 못한 전체 노동자 중에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은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2%까지 되는데, 전체 노동자 중 4% 정도가 이주노동자라는 걸 고려한다면 사실상 이주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비율로 임금체불을 겪는다고 볼 수 있어.

돈도 돈이지만 더 큰 문제는 위험한 환경이야. 3D 업종에 이주노동자들이 더 많다 보니 이들은 위험한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거든. 산업재해는 노동자 모두의 문제이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거야.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신청은 매년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1만 건을 돌파했어. 문제는 내국인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거야.

2017년 이주노동자의 재해율은 0.75% 전체 대한민국 근로자는 0.33%야. 2023년엔 각각 0.99%와 0.51%로 증가했고.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들의 재해율이 과거보다 더 높아진 것도 문제지만, 격차를 보면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재해율이 2배 가까이 높아. 사망자 규모에서도 이 격차는 이어져. 

반복되는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 이후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지난 2020년 겨울, 영하 20도 날씨에 농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 구독자 기억나? 현행법상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숙소를 제공해야 하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같은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이후 제도를 개선해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겐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 여전히 예외조항이 있는 탓에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머물고 있어.

이렇게 불합리한 일터가 현실이지만 문제는 이주노동자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어. 지게차에 랩으로 칭칭 묶인 채 괴롭힘을 당해도, 축산 종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현재 비전문취업 비자를 내어주는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거든. 고용허가제가 특정 업체에 근로하는 것을 전제로 입국을 허가해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터를 옮길 수가 없는 거지. 전문가들은 최소한 나쁜 일터에서 도망칠 자유는 외국인에게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

사실 이러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야.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선 이 고용허가제를 두고 몇 차례 우려를 표명하고 개선을 권고했었고, 국제노동기구 ILO에서도 고용허가제가 강제노동 금지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어.

이주노동자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 밖에 없어.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인구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야.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9년 만에 아주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꼴찌야.

현재의 인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턱없이 못 미쳐. 2020년 대한민국 인구는 정점을 찍었고 2021년부터 점점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고, 청년층은 줄어들고,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야. 그 결과로 지난해엔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부양할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활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2028년부터 취업자 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경제성장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2년엔 현재 인구보다 89만 4천 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 경고했어.

7년 뒤 가장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은 보건복지 영역이야. 고령화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해당 직종에 인력이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겠지? 문제는 보건복지 밑에 있는 산업들이야.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운수창고업 등… 이곳들은 고용이 늘어나서 인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인력이 필요한 산업들이야.

단순 제조에 종사할 사람들, 농어촌에서 일할 사람들, 건설업, 광업에 종사할 사람들 다 어디서 구할까? 결국 이주노동자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어.

사실 우리도 이미 알고 있어.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설문을 살펴보면 이주민이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에 65.6%가 동의하고 있거든. 응답자의 78.3%의 사람들은 인력을 찾기 어려운 일자리에 이주민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말이야.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24년 265만 명을 넘겼어. 비율로 따져보면 전체 인구의 5.2%가 외국인, 역대 최고치야.

시군구별로 보면 외국인 인구가 20%가 넘는 안산시 단원구도 있고,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지자체도 전국에 14곳이나 있어. 농장에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노동자가 일하던 곳이 영암이었는데 이곳 인구의 18.6%가 외국인이야. 이렇게 우리들은 외국인들과 함께 지내고, 일하고 있는데 여전히 한 쪽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는게 현실이야.

냉정하게 말해서 앞으로 외국 노동력 확보는 국가간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어. 왜냐하면 인구감소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겪는 현실이니까. AI, 로봇 같은 영역의 고급 인력 뿐만이 아니라 기초 산업을 담당할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어.

특히나 인구감소가 가장 가파른 우리나라에선 그 필요성이 훨씬 더 빠르게 커질 텐데, 타국의 젊은 노동자에게 건넬 좋은 카드가 너무 부족해. 여전히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만연해있고.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고, 직장 내 괴롭힘도 끊이질 않고 있어. 과연 우리는 인구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주노동자와의 상생을 통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아니면 현재의 착취 구조를 더 유지하면서 더 큰 사회적 갈등을 키우게 될까?

오늘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야.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