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03 | 사라진 총선이를 찾습니다

2020. 3. 5.

STEP 1. 아련한 그 이름, 총선

1.1. 총선 실종

1.2. 룰도 못 정했네!

STEP 2. 지금 국회도 부실했는데

2.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서?

2.2. 잇츠 '인재 영입' 쇼 타임!

STEP 3. 내 표를 막 던질 순 없어!

3.1. 이름부터 어렵네, 준연동형

3.2. '18세 참여불가' 아님

3.3. 선거맛집 '마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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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탐정사무소>에 실종 사건이 접수됐다. 누가 실종됐냐고? '총선이'다! 40일 남은 2020년 4.15 총선, 그런데 도무지 이 친구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졌다. "투표 방식에 무슨 변화가 있냐" "뭘 신경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라진 총선이를 찾아달라는 의뢰인들을 위해 탐문을 시작했다. 이런 건 우리가 전문이지. 단서를 따라가 보자. 총선이는 어디 있을까?

STEP 1.

아련한 그 이름, 총선

1.1. 총선 실종

사라진 총선이를 찾기 위한 첫 번째 단추, 그가 남긴 흔적을 되짚어보자. 우선 주요 언론사 기사에서 단서를 찾아봤다. 최근 일주일 간(2.27~3.4) 국내 방송, 신문 등 54개 언론사 기사 가운데 '총선' 키워드가 포함된 건 3,216건, 같은 기간 '코로나' 키워드 기사 12,581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2016년 총선을 40일 앞둔 일주일(4,161건)과 비교해봐도 올해 총선 기사는 25% 가량 적은 편이다.

총선 기사량과 코로나 기사량 비교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2020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결성된 총선미디어감시연대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저녁뉴스를 분석했더니 선거보도량이 11.4%에 불과하며 갈등과 자극적 이슈만 조명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마부작침 탐정사무소>의 예비후보 분석 기사가 유익한 보도로 꼽혔다는 건 굳이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클릭!

그렇다고 총선 일정이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건 아니다. 주요 정당은 후보자를 정하느라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등록한 예비후보자도 2천 4백 명이나 된다. 차근차근 다가오곤 있지만 보이진 않는다. 총선이는 투명망토를 쓰고 있는 걸까?

1.2. 룰도 못 정했네!

3월 4일 '선거구 획정안' 재의를 요구하는 여야 3당 원내대표 ⓒSBS뉴스

자, 그럼 총선이를 만나기 위한 본격적인 탐문에 나서볼까? 총선이를 만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 획정부터 해야 한다. 선거 1년 전까지 하도록 돼 있는데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3월 3일에야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한을 354일이나 넘겼다!(그마저도 반사당함!)

획정? 확정?: ☞ 획정은 그린벨트 획정, 행정구역 획정처럼 경계를 명확히 구별해 정하는 것. 구획을 정한다고 보면 알기 쉽겠죠? 확정은 일을 확실하게 정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행위가 끝났다는 의미로, 모두가 정해진 원칙과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뜻도 있다네요!

이렇게 획정안 제출이 늦어진 건 지역구 국회의원 수가 작년 연말에야 253명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253명 범위에서 선거구를 조정하니 어딘가 의원 수가 늘어나면 어딘가는 줄어야 하는 법.

획정안을 보면 세종,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에 4개 선거구가 신설되고 서울 노원, 경기 안산과 강원, 전남의 일부 선거구는 4개가 줄어들었다. 그러자 여야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 3당은 세종을 2개로 나누고 경기 군포를 하나로 합치는 안을 제시하면서 획정안을 다시 마련해 달라고 선거구 획정위에 요청했다. 선거 40일 남았는데 선거구를 아직도 못 정한 거다.

사실 매번 그러기는 했다. 20대 총선에는 42일, 19대는 44일, 18대는 47일, 17대엔 37일을 남기고 선거구를 확정했다. 매번 어기는 거니까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란 걸까? 암만 그래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매번 법을 어기면서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는 건 민망한 일이다. 가뜩이나 잘 안 보이는 선거, 룰 확정도 늦어졌다.

STEP 2.

지금 국회도 부실했는데

2.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서?

탐문에 지칠 타이밍, 퀴즈 하나 풀어보자. 제헌국회부터 지금 국회까지 가장 나이가 많은 국회가 언제일까? 정답은...(두구두구두구) 20대 현 국회다!

55.7세, 평균 연령이 유일하게 50대 중반을 넘어섰다.(지역구 기준) 20대 의원은 전무, 30대도 거의 없었다. 반면 50대가 55%, 60대 이상도 27.7%나 된다. 청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당들에 정작 청년 의원은 거의 없고 그 부모 세대가 가득한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

역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 변화(지역구 기준)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지만 20대 국회, 지역구에서 뽑힌 여성 의원 수는 단 26명으로 10% 남짓에 불과하다. 비례대표까지 합하면 51명, 역대 최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성 의원 249명과 차이가 크다. 여성을 제외하면 다른 성 소수자 의원은 단 1명도 없었다. 이주민 출신은 19대 이자스민 의원이 유일했고 20대엔 없었다. 20대 국회는,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다양성 면에서 퇴보한 국회였다.

2.2. 잇츠 '인재 영입' 쇼 타임!

총선이가 머무는 곳엔 꼭 따라붙는 '쇼'가 있다. 겨울잠서 깨어난 개구리가 봄을 알리듯 선거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쇼. 바로 '인재 영입 쇼'다. 당 밖에 있던 인재를 영입해 국민에게는 신선함과 감동을 안겨주고 당의 쇄신과 발전에 기여한다면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꼭 그렇지는 않기에 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상) 원종건 사퇴 기자회견 (하) 박찬주 해명 기자회견 ⓒSBS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2호 인재로 영입했던 원종건 씨, '데이트 폭력' 의혹으로 한 달 만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탈당했고 11호 최기일 교수는 표절로 논문이 취소됐다는 의혹이, 14호 조동인 씨는 3개 기업을 동시 폐업한 이력 때문에 '스펙용 창업'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 자유한국당은 '공관병 갑질' 의혹이 빚어졌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1호 인재로 발표하려다 내부 반발이 불거지며 제외했고 (현) 미래통합당은 영입 1호 인재로 발표했던 하지원 씨가 돈 봉투 수수로 벌금형 받았던 전력이 알려지자 2시간 만에 영입을 철회했다. 당에서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선거 앞둔 이벤트로 인재를 영입하고 그 검증도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 이번에도 피해 가지 못했다.

STEP 3.

내 표를 막 던질 순 없어!

3.1. 이름부터 어렵네, 준연동형

총선이를 조금씩 따라잡는 것 같다. 제대로 총선이와 마주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사실 선거 때면 종종 하는 고민이 있다. '아, 내가 지지하는 당은 ○○당인데, 우리 지역구 후보는 왜 저 사람이야!' 인물이냐 정당이냐, 이번에도 등판할 딜레마다!

이번 총선, 가장 큰 변화는 정당 투표가 전보다 더 최종 의석수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작년 12월 27일, 몸싸움과 질서유지권 발동 등 진통 속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 그대로, 지역구 253명에 비례대표 47명이라는 건 바뀌지 않았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바뀌었다.

말이 좀 낯설지만 이런 내용이다. 한 마디로 정당 득표율이 높은 정당에 조금 더 유리해졌다는 것. 먼저 정당이 얻은 표에 따라 전체 300석 중 기본 할당 의석을 정한다. 기본 할당된 의석이 있기 때문에 지역구 당선이 좀 부족해도 정당 득표율이 높다면 비례 의석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정당 득표율은 높은데도 지역구 당선자가 거의 없어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던 소수정당에 유리한 변화! 사실 정당 득표가 전부 반영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정당 득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의석이 늘어나게 됐다. 다만 제도의 허점을 노린 '비례 정당 꼼수'가 어떻게 작동할지도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더 설명이 필요한 의뢰인들은 링크를 클릭해보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뭐야?

3.2. '18세 참여불가' 아님

총선이를 만날 수 있는 연령대도 추가됐다. 공직선거법 15조 (선거권) ①항이 "18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로 바뀌었다. 개정 전엔 '19세'였다. 숫자 하나의 변화로 금단의 영역이 해제됐다.

2002년 4월 15일 이전 출생이면 이번 총선 투표가 가능해졌다. 만 18세인 2002년생 51만 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고등학생도 14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유일하게 만 19세부터 선거권을 주던 나라였는데 비로소 세계 표준을 맞추게 된 셈이다.

18세 이상에게는 투표만이 아니라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도 가능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참조! 생애 첫 투표에 임하는 18세만이 아니라 곧 선거권을 갖게 될 학생들에게 대한 선거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3.3. 선거맛집 마부뉴스

이쯤 하면 실종된 총선이를 추적한 사건 파일은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은데, 우리 의뢰인들은 어떠셨는지? 여전히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탐정들은 배가 고프다. 조금씩 쏟아져 나오는 선거 관련 정보와 데이터에 눈 번뜩이며 방망이 깎을 준비를 하고 있다. 마부뉴스에서 조금씩 공개할 '총선 사건파일'은 계속될 예정. 우리는 '선거맛집' 마부뉴스니까!

북끄가 콕 집어주는 한 줄 요약

코로나에 묻힌 총선, 존재감 추락
40일 남았는데 선거구도 못 정했네
20대는 역대 최고령 국회였어요!
인재 영입 쇼, 이번에도 반복
지역구랑 비례를 연동한 제도의 개선
비례위성정당 꼼수 통할 것인가
'18세 불가'에서 가능으로 바뀜

보조 탐정 꾸미는 이번에도 독자들의 피드백과 의뢰에 밤잠 설쳤습니다. 독자 의뢰로 사건 분석에 착수했던 이번 <사라진 총선이를 찾습니다>, 어떠셨나요? 🧸 카카오톡 채널이나 아래 의뢰하기 링크를 통해 의견 주세요! 3월 2일 <마부뉴스 부록> 'THE CLUE'의 정답은 인스타그램과 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