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죽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영어로는 Death with Dignity라고 할 수 있지. 존엄사는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할 것을 스스로 결정하여 죽음을 맞는 경우를 의미해. 안락사와 비교하면 존엄사는 치료를 중단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치료를 이어가되 죽음을 선택한 거야. 그래서 존엄사를 소극적 안락사, 조력 자살 등의 안락사를 적극적 안락사라고 구분 짓기도 해.

다만 존엄이라는 표현 때문에 존엄사를 품위 있는 죽음, 웰 다잉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어. 이렇게 넓은 범위로 사용할 경우에는 엄격한 의미의 존엄사(연명치료 중단)와 안락사까지 포함하게 될 거야. 헷갈릴 수 있으니 이번 마부뉴스에서는 존엄사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경우의 의미로만 사용할게.

위 그래프는 네덜란드 안락사검토위원회(RTE, Regionale Toetsingscommissies Euthanasie)의 자료를 가지고 만든 네덜란드의 안락사 사망 건수야. RTE에서는 매년 연간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에는 안락사 사망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네덜란드 RTE에 보고된 안락사 건수는 모두 9,068건이야. 전체 네덜란드 사망자 수 16만 9,363명 중 5.4%에 해당해. 안락사 신고 건수는 70대가 3,12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80대(2,453건), 60대(1,662건) 순이었어.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2020년 이후 매년 안락사 사망 건수는 최고치를 경신 중이야.

네덜란드에서 안락사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어. 1967년, 당시 21살의 환자가 수술을 받다가 불가역적 코마 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담당의사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자고 주장했고, 환자의 아버지는 의사 의견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큰 이슈가 됐어. 이 사건을 계기로 불가역적 코마 상태에 빠진 환자가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이어졌어. 그리고 이런 환자를 계속 치료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지.

그러다가 1984년 네덜란드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판결이 이뤄졌어. 대법원은 자신의 환자에게 적극적 안락사를 시행한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 당시 환자는 6년 넘게 자신의 담당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왔는데, 죽기 전 담당의에게 적극적 안락사를 요구했어. 의사는 환자의 아들, 그리고 자신들의 동료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치사량의 약을 투여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네덜란드는 안락사에 대한 범국가적 조사를 실시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락사 법안이 만들어졌고, 2001년 4월 10일 안락사합법화법안이 네덜란드 상원을 통과해 전 세계 최초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형태의 안락사가 합법화됐지. 입법 초기에는 환자가 만 12세 이상일 경우에만 안락사가 허용됐는데, 2023년 4월엔 12세 미만 어린이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어. 무작정 다 안락사가 이뤄지지는 않고 환자의 고통이 개선의 전망 없이 견딜 수 없는 상태여야 하고, 환자의 안락사 요청이 자발적이며,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어야 하는 등 6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해.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 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제도 시행 이후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 시행 이후 10만 명을 돌파하는 데는 2년 5개월이 걸렸는데, 20만 명 돌파에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어. 30만 명 돌파까지는 1년 6개월 걸렸고. 2024년 9월까지 누적된 환자 수는 37만 9,268명으로 38만 명에 육박해.

현재 국내에서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되고 있어. 하지만 지난해 말, 60대 척수염 환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아니지만, 극도의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의사 조력을 통한 사망을 원하지만 관련 법이 없다는 거야.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1월에 이 건을 본격적으로 다뤄보기로 결정한 만큼, 조력 자살이나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아. 다만 18일부터 헌법재판관 3명의 자리가 비게 될 예정이라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은 있어.

정부는 연명치료결정제도 뿐 아니라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에 대한 제도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호스피스 이용률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2023년엔 25.0%를 기록했어. 호스피스 기관을 이용한 환자 가족들의 만족도도 90.0%를 넘게 기록할 정도로 높았어.

다만 아직까지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야. 유럽완화의료협회에서는 인구 100만 명당 최소 50개의 완화의료 병상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당 31개에 불과하거든.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입원 대기 중에 사망하는 환자들도 많아. 정부는 2028년까지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2023년 188개소에서 360개로 확대할 계획이야. 이용률 역시 50%까지 끌어올리려고 해.

•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내년이면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전망
•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사회적인 준비는 아직 미흡해
• 화장장은 물론이고 화장한 유골함을 안치할 봉안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걸로 알려져
• 정부는 화장로를 늘려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화장 대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 이에 자연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새로운 장례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 '초고령사회'에 요양병원만 줄었다…5년새 218곳 문 닫아

•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최근 5년 사이 요양병원이 200개소 넘게 문을 닫아
• 같은 기간 동안 전국에 약국을 제외한 의료기관이 5685개소 증가한 것과 대조적
• 요양병원이 감소한 배경에는 수가체계와 인건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
•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요양병원은 1일당 정액 수가를 적용받는 일당정액수가제로 운영
• 또한 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이 없는 요양병원 간병비가 부담돼 입원을 꺼리는 상황

•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10명 중 7명은 월평균 4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어
• 일자리 사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공공형'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29만 원에 불과
• 기초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쿨존 교통지원, 도서관 봉사 등이 공공형에 해당
• 사업체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노인을 채용하는 ‘민간형’도 사정은 마찬가지
•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들은 하루 8시간 정도 근무하면서 월평균 40만 원도 못 받아

• 액티브 시니어는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여가 활동을 즐기는 노년층을 의미
• 버니스 뉴가튼 교수가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라고 말한 데서 시작된 용어
• 예를 들어서 가수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도 대부분 액티브 시니어로 구성돼 있어
• 이들은 임영웅이 광고하는 차로 바꾸고 주거래 은행을 옮기는 등 왕성한 소비활동을 펼쳐
•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