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미국 대선 시각화 품평회 🇺🇸 <1편>

2020. 11. 17.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선 투표. 나흘 만인 7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을 확보하며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언론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 데이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멀리 한국에 있는 우리 탐정사무소는 그 페이지들을 모아 각 사례의 특징 및 한계를 분석하는 '미국 대선 시각화 품평회'를 열었습니다. 두 편에 걸쳐서 뜨거웠던 회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먼저 꾸미와 뿔뿔!🎩

🐻 꾸미의 일목요연 시각화 브리핑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선거 시각화는 면적을 기반으로 한 지도🗺에 색을 칠해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선 유용하지만,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요. 독일 베를린의 디자이너 Karim Douïeb는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어요.

"Land doesn't vote. People do."

즉, 투표는 땅이 아닌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인 '선거인단 제도'와도 관련이 있어요.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간접선거', 각 주에서 더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표를 싹쓸이하는 승자독식제도예요.

각 주별 선거인단 단위로 선거 현황을 시각화한 것이 바로 '카토그램' 입니다. 카토그램이란 기존 면적 기반 지도를 특정 데이터 값을 기준으로 재구성한 지도예요. 네모 하나가 선거인단 하나를 뜻해 각각의 후보가 선거인단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또한 네브레스카와 메인 주처럼 승자독식제에서 예외인 주들의 선거 결과를 쉽게 보여줄 수 있어요. 카토그램은 이렇게 선거 결과를 보여주는 데는 적합하지만, 개개인의 표심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어요.

대안으로 '버블 차트'가 있어요. 미국의 행정구역을 뜻하는 카운티 단위로 버블을 배치한 지도로, 각 버블의 크기는 해당 카운티에서 우세한 후보가 받은 표 수에 비례해요. 획득한 표 수가 더 많은데도 선거인단이 많은 주를 얻지 못해 실제 선거에서는 패배하기도 하기 때문에 버블차트는 실제 표심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버블 차트 역시 각 카운티에서 패배한 후보가 얻은 표를 보여줄 수 없는 한계가 있지요.

이처럼 시각화 방법은 저마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 그리고 장단점이 다르죠. 가장 좋은 방식이라면 독자가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볼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겠죠. 제가 뽑은 모범 사례는 바로 뉴욕타임스인데요, 위 사진처럼 면적 기반 지도, 카토그램, 버블차트 그리고 '화살표 지도'↗를 보여주었어요. 2016년 대선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두 지도를 번갈아 볼 필요 없이, 지도 하나로 각 카운티의 표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화살표의 방향과 길이로 표현했습니다.

🦂 뿔뿔의 색깔 뿌셔뿌셔

트럼프가 매우 좋아하는 2016년 대선 결과 지도입니다. 붉은색이 미국 전체를 뒤덮은 것 같으니 좋아할 만하네요. 하지만 이 지도는 두 가지 점에서 잘못 디자인되었어요. 첫째는 위에 꾸미가 설명한 것처럼, 지역으로만 표현되어 지리적 왜곡이 있는 것이고요. 둘째는 푸른색이 상대적으로 어두워서, 빨간색이 더 튀어 보이는 시각적 왜곡, 즉 착시가 나타난다는 점이죠.

착시가 실제로 일어나는지 더 확실히 살펴볼게요. 색을 디지털로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RGB와 HSV에요. RGB는 빛의 삼원색을 기준으로 표현하는 방식, HSV는 색상, 채도, 명도를 가지고 표현하는 거예요. H(Hue)가 색상, S(Saturation)가 채도, V(Value) 명도입니다. 우린 밝고 어두움을 비교해야 하니, HSV로 변환을 해볼게요. 바로 위 그림이에요. 그런데 변환한 결과, 푸른색의 밝기 값이 더 높게 나왔어요. 하지만 눈에는 푸른색이 더 어두워 보이지 않나요? 컴퓨터가 실수한 걸까요?

실제로 색을 볼 때 눈에 인식되는 명도 값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색상과 채도 값을 버려야 해요. 이 흑백톤 상태를 그레이 스케일(Grayscale)이라고 하는데요. 실제 우리는 바로 위 그림처럼 명도 차이를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푸른색이 상대적으로 더 어둡게 느껴지는 이유를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아래 버튼을 눌러보시길...

어쨌든 우리는 디자인할 때, 색상과 채도에 의해서 명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해요. 특히 인포그래픽 디자인을 한다면, 정보에 왜곡이나 편차가 없게 해야 하니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지요.

파랑이 더 어두운 이유는?

🦂 대선 시각화를 한 언론사 24곳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이번 2020년 대선에 등장한 수많은 시각화를 한번 살펴볼까요? ANYCHART에 소개된 24개의 언론사 시각화를 위 그림처럼 나열해봤어요. 이걸 본 꼭꼬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왜 언론사들은 실제 정당색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거지?" 예리한 질문입니다. 위 그림을 보면 파란색과 빨간색,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징 색이 언론사 따라 제각각이죠? 정당들이 다른 색을 쓰라고 한 건 아니에요. 각 당은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가장 1순위로 시선이 집중되는 색을 골라서 정당색으로 정한답니다. 다시 말해 채도와 명도가 모두 높은 색들이지요.

선거 시각화를 할 때는 정보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용도에 맞게 디자인을 해야하죠. 만약 정당색을 다 그대로 사용한다면, 강조나 대비를 통한 정보 전달도 어려워져요. 그렇기 때문에 각 언론사별로 입맛에 맞게 색을 조정해서 디자인한 것이죠. 그렇다면 오리지널 정당색과 비교해서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요? 질문을 했던 꼭꼬에게 시각화를 해오라고 부탁했어요. X축은 채도이고 Y축은 명도입니다.

꼭꼬의 그래프를 보시면, 빨간색보다 파란색 색 조정의 범위가 훨씬 큰 걸 볼 수 있어요. 실제로 민주당 당 컬러가 공화당보다 훨씬 밝았기 때문에, 공화당을 밝게 하거나, 민주당을 어둡게 하는 옵션이 있었는데, 대부분 언론사가 민주당을 어둡게 표현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여요. 보수 언론사가 트럼프가 좋아한 지도처럼 어둡게 조정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럴듯한 경향성은 찾지 못했어요.

다음으로는 두 당색의 명도 대비를 언론사별로 얼마나 줬는지 시각화를 해봤어요. 역시 꼭꼬가 수고해 줬답니다. 두 당색을 흑백 톤으로 바꾼 뒤에 명도값을 뽑아내서 그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분석해보려는 거죠.

분석을 마친 꼭꼬와 전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두 정당색의 명도 차이가 없는 언론사가 한 곳 있었거든요. 바로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차이가 있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공화당 색을 거의 핑크에 가까운 색을 골랐고. 가장 민주당을 어둡게 표현한 언론사는 CBS였어요.

🦂 뿔뿔의 결론

그렇다면 명도대비가 없게 조정한 뉴욕타임스만이 정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명도대비와 색상에 의한 착시는 인포그라피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요. 그리고 매번 같은 명도의 색으로 디자인을 한다면 너무 다 밋밋하고 재미없을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면 트럼프 선거 지도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을까요.

1. 경계선을 만들어라.

착시나 눈에 피로를 주는 일들은 보통, 강한 두 색이 인접해 있을 때 발생합니다. 주로 지도 시각화에서 저런 착시가 벌어지는 이유기도 하죠. 주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 지어 줄 수 있다면 저런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경계를 만들어 줄 때 주변 색들과 명도 차이가 확실하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