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025 | 털어봤다! 동네의회- 업무추진비 편

2020. 8. 6.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사건일지

마부뉴스 오리지널 그 뉴스 이렇게 만들었다
북끄와 함께 읽자 마부뉴스가 추천하는 읽을 거리
단소리 쓴소리 여러분의 피드백 전해드립니다

안녕. 사무장 북끄📚야. 난 탐정 아니니까 그냥 사무소 관리랑 전표 정리하고 가끔 뒷담화 들어주고 그랬거든. 사건은 탐정들 몫! 근데 이번 주 다들 바쁘다고 해서 내가 정리했어. 다 모르겠어서 많이 물어봤네. <털어봤다! 동네의회- 업무추진비 편>? 다음에도 하려나 봐. 우리 동네는 어떤지 궁금하더라고. 독자들도 찾아보면 더 재밌을 거야.

📌질문 1. 왜 동네의회를 추적했니? - 탐정 모냥

갑자기 모냥😼! 동네의회를 추적하기로 한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어. 사실 국회 감시는 꽤 철저한 편이야. 수많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거든.

하지만 동네 기초의원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감시가 허술하니 업무추진비 같은 걸 마음대로 쓴다는 첩보를 입수했어. 밤 11시 넘어서, 휴일에, 집 근처에서, 술집에서, 동료의원 가게에서 등등. 우리 사무소가 그런 거 넘어가지 못하는 거 알지?

또 하나, 2018년 시작된 8대 의회가 전반기를 얼마 전 마쳤거든. 임기 4년 중에 2년이 지난 거야. 의장단도 바뀌고. 그래서 전반기 의장단 업무추진비 내역을 따져볼 필요가 있었지.

사실 2018년 7월 이후 매 분기마다 전국 226개 기초의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왔었어. 우리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고!

📌질문 2. 단서는 어떻게 찾았니? - 탐정 모냥

많이들 물어보더라고. 이런 감시는 어떻게 하는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도대체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말이야. 에헴, 우리 노하우를 조금 공개해줄게!

실은 눈물 나는 '노가다' 이야기랑 다르지 않아. 전국에 흩어져 있는 226개 기초의회에 일일이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내놓으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어. 기간은 2018년 7월 1일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노가다라더니 뭐 이렇게 간단하냐고? 말로 하니 간단하긴 하네.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의회도 있지만 다 제각각인데다 30% 정도는 안 하고 있어. 그래서 정보공개법에 따라 청구를 했고 그러면 업무추진비 내역은 비공개 사항이 아니니까 의회들은 당연히 줘야 해.

문제는, 그다음부터야. 순순히 내놓지도 않고(시간을 끌기도 하고) 이런 형식으로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엉뚱하게 주기도 하고 일부러인지 아닌지 빼놓고 준 것도 많고... 청구한 다음부터 하나씩 챙겨 정리하는 게 큰 일이었지~😼.

📌수사1. 저 식당 사장님이 혹시? - 탐정 민초

안녕, 친구들. 모냥이 챙긴 자료에서 찾아낸 많은 식당들 중에 우선 사용 건수와 액수로 따졌을 때 의장단 '최애' 식당으로 떠오른 곳부터 나 민초🍧가 찾아봤어. 두둥.

사용금액 1위는 전북 고창군의회 의장단이 방문한 '음식점'이야. 지난 2년 간 무려 464건에 걸쳐 9,045만 원을 쓴 걸로 파악됐어. 정말 고창에 '음식점'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을까. 부실 기재 또는 고의 누락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어.

식당 이름이 특정된 곳들 중에선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우 전문점이 '원픽'으로 이름을 올렸어. 노원구의회 의장단이 3,322만 원을 쓸 정도로 애정하는 맛집! 특히 전반기 의장 이경철 의원이 이 절반을 썼어. 무슨 특수 관계가 있을지 궁금해지잖아! 그래서 민초가 우당탕 찾아가봤어.

알고보니 그 지역 맛집이긴 하더라고. 이 의원에게 '최애 식당'이 된 경위를 물어봤더니 그야말로 "고기 맛집이라서"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 아쉽게도 그 외의 특수 관계는 못 찾았어.

사용금액은 조금 적지만 좀 더 특별한 사연이 있는 식당을 찾아냈어! 서울 강북구의회 전반기 의장단이 가장 많이 찾았던 식당. 59차례에 걸쳐 1,323만 원을 쓴 '고향산천'이야. 좀 알아봤더니.. 글쎄 의장단 중 한 명이었던 전반기 복지건설위원장 허광행 의원이 대표로 있는 식당이었지 뭐야! 소름!

허 의원 자신은 본인 식당에서 쓰진 않았지만, 동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지. 가장 많이 쓴 이백균 전 의장. "장소가 넓고 맛도 괜찮아서 이용했다"라고 설명했지만 그 이유뿐이었냐는 거듭된 질문엔 "우리 의원이 거기 대표로 있어서 그런 경향도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했어.

허 의원은 만나기 쉽지 않았어. 몇 번 연락하고 기다린 끝에 커피를 타 먹으러 사무실 밖을 나온 허 의원을 드디어 만났지! "의장단이 말하고 오는 게 아니라 알지도 못했고 오지 말라고 그럴 수도 없는 것 아니냐"라며 "영업 행위한 적은 없다"라고 허 의원은 해명했어.

📌수사2. 커피를 너무 사랑하는데? - 탐정 민초

우리가 또 주목한 건 '소액 결제'야. 서울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 임태근 의원은 2년 동안 1만 원 미만 결제를 196건 했더군. 한 건 평균 6천 원 정도야. 왠지 촉이 오기 시작해? 주로 어디서 사용했는지 봤더니..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분이었어.

커피만이 아니야. 집 근처 200미터 이내에서 수십 차례 사용했더라고. 휴일에도 중복 결제 건수를 포함해 207건에 걸쳐 1,226만 원을 썼어. 고향에서도, 또 오갈 때 들른 휴게소에서도. 탐정사무소 조사가 시작되자 성북구의회 사무국은 잘못 집행된 걸 파악했다며 340만 원을 급히 회수하기도 했지!

사무실 꾸미는 꽃 사는데 업무추진비를 쓴 의원도 있었어. 규정상 축하나 기념식 같은 데 쓰는 꽃만 업무추진비로 살 수 있거든. 경기 수원시의회 전반기 의장 조명자 의원은 지역구 꽃집 한 곳에서 679만 원을 썼더라. 12건 가운데 9건은 환경정비용이었어. 50만 원 이상 결제하면 내야 하는 상세 내역서를 내지도 않았어.

이외에도 선물이나 격려물품 같은 걸 구입하면서 49만 원, 48만 원 이렇게 끊어 결제한 '꼼수'도 찾아냈어. 휴일이나 밤 11시 이후 심야시간에 업무추진비를 쓴 의장단도 꽤 많이 확인됐어.🍧

📌사건 최종 보고서

문서번호: MABUNEWS-025

작성자: 사무장 북끄📚

일시: 2020년 8월 6일

1. 개요

2018년 7월 1일~2020년 5월 31일,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단 9백여 명은, 합계 276억 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음. 특정업체에 몰아쓰거나 사적인 용도 사용, 휴일과 심야 사용 등 부적절한 사용으로 의심되는 사례 다수 포착. 상세 내역을 제출하지 않기 위한 꼼수 결제도 드러남.

2. 수사 결과

2-1. 특정업체에 몰아쓰기

: 서울 강북구, 노원구, 대전 중구, 경기 수원시 등 다수 포착

2-2.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 1만 원 미만 소액결제 비롯해 커피, 담배, 고기 등 의심 사례 무더기 포착

2-3. 휴일·심야 사용, 분할 결제 등 꼼수로 회피

: 휴일에 9,713건 사용, 심야에 678건 사용, 사유서 제출 피하려 50만원 미만 결제 포착.

3. 문제점

3-1. 감사 열외

업무추진비 등 의회 예산을 담당하는 의회사무기구 4분의 1은 지자체의 자체 감사대상에서 제외돼 있음. 2년 전까지 71%가 빠져 있다가 개선된 게 이 수치. 감사대상이어도 상당수는 감사받지 않고 있었음.

3-2. 집행 기준 없음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자체 기준(조례 등)을 마련한 의회는 38%, 나머지는 기준 없이 알아서 책정하고 알아서 쓰고 있음.

3-3. 애매한 공개나 비공개

의회의 72%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고 있으나 대부분 일시와 금액, 인원 정도만 두루뭉실하게 공개. 이런 공개만으론 업무추진비 사용이 필요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음.

4. 의견

후반기 의회도 전반기처럼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 마부작침을 비롯한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계속 감시하고 문제 제기해서 조금이라도 개선되도록 압박해야 할 것. 또한 지방의회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의회 스스로 마련할 필요가 있음.

마부작침 기사 한 번에 보기

🏄꾸미의 덧말

탐정 보조 꾸미예요. 이번 사건에선 동네의원님들이 어떤 식당에 많이 갔는지 찾아보는 작업을 했던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상호명에 '한우'가 들어가면 '고기', '횟집'이 들어가면 '해산물'로 분류했는데요, '키워드 모아서 R 코드로 나누면 되겠구나' 하고 쉽게 생각했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큰 산 두 개를 만났어요.

첫 번째 산, 개성 넘치는 상호명! 이를테면 돈가스식당이라도 어디는 '돈까스', 저기는 '돈까쓰', '돈가츠', '돈가쓰'... 거름망을 촘촘히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두 번째 산, 정체 불명 상호명! '만원의 수채화', '골목집'은 밥집인지 술집인지 카페인지 이름만으론 알 수 없어서 일일이 검색하고 찾아봐야 했어요.

꼬박 일주일을 갈아 넣어 분류한 저희 아이들(식당)은 각 동네 '의장픽 맛집'을 선정하는 소중한 근거가 됐습니다. 우리 동네의원들이 애호하는 식당은 어디인지, 궁금한 독자님들은, 조만간 공개할 '회식의 민족-동네의원픽 (가제)'를 기대해주세요! (커밍쑨🌟)+-+

할로~ 독일어 기사도 있어요;;;(번역 기능 적극 활용) 읽어봅시다!

Solche Straßen will Berlin(베를린은 이런 거리를 좋아해!)

By 타게스슈피겔

미래의 자전거 도로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 지, 2만 명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네. 매우 직관적이야!

🔖 북끄가 추천하는 이유

이런 게 시각화의 장점! 자전거·차량 운전자 각각의 관점으로 확인해 본 것도 재미나. 한국도 가능할까?

이주노동자의 집

By 단비뉴스

비닐하우스, 공장 옆, 바다 위..국내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실태를 조명한 시리즈의 인터랙티브 페이지 버전이야.

🔖 북끄가 추천하는 이유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이 만든 뉴스인데 시각이나 취재나 제작 모두 탄탄해. 요즘 눈에 띄는 국내 데이터저널리즘 기사가 잘 없었는데 정말 단비 같네.~📚

지난 뉴스레터는 유독 구독자님들의 호평이 많았어요! 환경이슈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점, 믿고 보는 북끄의 추천 기사가 특히 반응이 좋았답니다. (내적 환호) 퀴즈의 정답, 기후 변화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맞혀 주셨어요! 업무추진비 취재 썰부터 취재 비하인드까지 알차게 담아본 이번 마부뉴스 오리지널은 어떠셨나요? 어떤 의견이든 좋아요! 아래 버튼을 꾹 눌러 솔직한 의견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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