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수첩 | 댐이 폭우 피해를 키웠댐

2020. 9. 8.

안녕하세요! 처음 단독 출연한 탐정 꾸미예요.😊 지난 사건수첩을 뒤져보니 이건 좀 정리하고 가야겠다 싶었어요. 한 달쯤 전에 기록적인 폭우로 여러 지역이 수해를 당했는데 이게 좀 수상하더라고요. 과연 비가 너무 많이 와서만 그랬을까, 혹시 '인재'는 아니었을까. 여러 단서를 모아봤어요.🎩

🎩 사건 브리핑

# 사건개요

8월 7일 섬진강 하류 지역 호우 경보 발효
8월 8일 섬진강 하류 주변 지역 침수 피해
8월 13일 관련 자치단체장 수자원공사 항의 방문
8월 17일 댐 관련 조사위원회 구성

8월 둘째주 집중호우로 섬진강과 황강 하류 지역이 범람하는 등 물난리가 났어요. 이번 폭우 강우량이 유난히 많긴 했지만, 왜 이렇게까지 피해가 컸던 걸까요? 폭우가 왔을 때 댐 방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어요. 당시 섬진강에 있는 섬진강댐과 용담댐, 그리고 황강의 합천댐 방류량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게 피해를 키웠다는 거예요.

폭우는 언제라도 다시 올 수 있고 또 이런 피해가 나면 안될 테니 과연 그런지 꼼꼼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죠. 용의자를 셋으로 압축해 봤어요.

👉 꾸미가 확보한 증거물 DATA는?

증거물 No.1 주요 댐의 시간대별 운영 데이터

한국수자원공사가 실시간 공개하는 자료로,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의 저수율, 방류량 그리고 댐 수위를 살펴봤어요. 이를 통해 환경부가 댐의 물 높이를 잘 조절했는지 확인하고, 지난 5년 데이터와 비교해 최근 댐 운영과 차이가 있었는지 조사했어요.

증거물 No.2 댐별 물 높이 규정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규정으로, 이를 통해 집중호우 시 현재 댐이 지켜야 할 물 높이가 적절한지 판단했어요.

증거물 No.3 국가하천 vs 지방하천 정비 현황

국토교통부의 한국하천일람에 수록된 하천 정비 현황 데이터로 지방하천 정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봤어요.

👉 잠깐! 댐 용어 30초 벼락치기

👻용의자 A : 이래도 다 이상기후 탓할 거야?- 환경부

증거물 No.1 주요 댐의 시간대별 운영 데이터

1) 장마 시즌엔 미리 댐 비워 놓는 게 '국룰' 아닌가요?

매년 수자원공사는 태풍, 집중호우 등이 예상되면 댐의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물을 방류하는 ‘예비 방류’를 실시해요. 그러나 이번엔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예비 방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2018년 댐 관리 기능이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됐어요. 이후 환경부는 홍수 대비보다는, 담수에 더 주력해온 것 같아요. 수자원공사의 댐별 저수율 데이터를 보면 환경부 이관 뒤부터 저수율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게 확인돼요.

😠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긴 용담댐

매년 6월 21일~9월 20일은 홍수주의 기간으로, 전국의 댐들은 홍수기 제한 수위를 지켜야 해요. 그런데 용담댐은 올해 7월 30일 13시 이후 홍수기 제한 수위를 초과해 운영했어요. 이렇게 수위가 높아지면, 방류량을 늘려야 하는데 방류량은 줄곧 300톤 미만을 유지했네요.

2) 방류, 할거면 미리 좀 알려주지!

📞구례군청 공무원에게 온 연락

(06:23) 섬진강댐 지사 "6시 30분부터 초당 1,000t씩 방류하겠습니다."

(07:52) 섬진강댐 지사 "8분 후에는 1,868t 방류하겠습니다."

이번 수해의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늦장 방류 알림'도 지적돼요. 댐 관리규정 제 11조 방류시 조치사항에 의하면, 방류 개시 3시간 전까지 계획을 관계기관에 통보해야 해요.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불과 7~8분 전에 연락했다고 하네요.

수자원공사가 공개한 시간당 방류량 데이터를 보면, 용담댐은 8월 7일 초당 약 290톤을 방류하다 하루 만에 10배인 초당 약 2,900톤씩을 방류했어요. 섬진강댐 역시 8월 8일 자정 초당 589톤을 방류했지만, 12시간 후 그 양은 1,752톤까지 증가했어요. 이렇게 급작스럽게 방류량을 늘리니 미리 통보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돼요.

👻용의자 B : 벌써 서른 살, 뉴페이스가 필요해 - 댐 규정

증거물 No.2 댐별 물 높이 규정

👓홍수 조절구간 = 계획 홍수위 - 홍수기 제한수위

댐은 모두 계획 홍수위와 홍수기 제한수위라는 걸 갖고 있어요. (30초 댐 용어 벼락치기 참고!) 계획 홍수위에서 홍수기 제한수위를 뺀 값이 이름하여 '홍수 조절구간'으로, 비가 쏟아졌을 때 댐이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해요. 이 구간이 커야, 비가 많이 와도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계획 홍수위까지 물이 빠르게 차오르지 않아요.

이번에 문제가 된 댐들을 살펴보면, 홍수조절구간이 용담댐 4EL.m, 합천댐 3EL.m, 섬진강댐 1.2EL.m으로 굉장히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작다 보니 갑자기 비가 많이 오면 계획 홍수위를 넘어가기 쉬운 거죠.

이를 정해놓은 규정은 댐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업데이트되지 않았어요. 특히 섬진강댐은 1965년 준공된 댐으로, 규정이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었어요. 언제 또 이번 같은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이니 지금 규정,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용의자 C : 내 하체보다 부실한 하천 관리 - 국토교통부

증거물 No.3 국가하천 vs 지방하천 정비 현황

댐이 방류량을 급격히 늘렸을 때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바로 하천 제방이에요. 제방이란,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만든 일종의 방패죠. 이번에 하천의 물이 급격히 불어나자 제방이 견디지 못하고 그만 붕괴되고 말았죠.

폭우, 댐 방류와 함께 이번 수해가 커진 원인으로 꼽히는 게 '부실한 지방하천 정비'예요. 현재 하천 정비는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어요. 국회 환경노동위원인 이수진 의원은 침수가 발생한 9곳 중 3곳은 제방 자체가 아예 없었고 2곳은 제방 높이가 계획 홍수위보다 낮거나 제방 파손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어요.

2018년 <한국 하천 일람>을 보면, 국가하천의 제방정비 완료구간은 81.4%인데 지방하천은 48.1%에 불과해요. 지방하천 관리가 상대적으로 더욱 소홀했던 거죠.

💬 수사는 진행중

환경부는 이번 피해 지역의 댐 운영·관리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댐 관리 조사위원회' 를 구성했어요. 그러나 이런 대응에도 몇 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1) 책임 당사자가 자체 조사?

지난 8월 2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 회의에서 김웅 의원은 환경부의 자체 조사가 아닌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어요. 환경부 자체 조사로는 책임 소재를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죠.

2) 물 관리 주체, 도대체 누구야?

크게 보면 하천 관리는 국토교통부, 댐 관리는 환경부가 맡고 있어요. 댐 방류를 할 때도 하천과 댐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관리 주체가 나눠져 있으니 긴급 상황엔 대처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또 댐 관리에 참여하는 게 환경부만이 아니라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농어촌공사도 있어요. 생활용수, 발전용수, 농업용수 차원에서 각각 수위를 결정하려 해서 문제라는 지적도 있죠.

🌀 태풍을 무사히 넘긴 비결은?

장마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태풍이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했어요. 바비(8월 27일)와 마이삭(9월 3일)이 휩쓸고 간 시기, 댐들은 어떻게 운영했을까요? 다행히도 이번엔 미리 방류량을 늘려 저수율을 낮췄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