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60여년 간 화성의 궤도와 표면을 탐사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 바로 화성의 지리적 특성이 정말로 다양하다는 거였지. 일단 화성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올림푸스 화산도 있고, 미국 본토 길이보다 긴, 거대하고 깊은 마니러 계곡도 있어. 넓은 평원도 있고, 고원 까지… 다채로운 환경을 자랑해.

과학자들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때마다 다양한 위치에 착륙시키며 서로 다른 유형의 지형에서 암석을 채취해 분석해왔어. 프로젝트 한 번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신중한 선택을 해왔던 거지.

특히 2000년대 초반 활약한 탐사선들이 화성에 과거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발견하면서 이후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어.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물이 흘렀던 흔적을 발견했고, 고정형 탐사선 피닉스는 마침내 화성의 물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었어. 이러한 선배 탐사선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션을 시작한 신참 퍼서비어런스는 가장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착륙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바로 이곳, 예제로 크레이터라는 곳인데, 이 지형의 북서쪽 지역을 보면 삼각주 모습이 보여. 과학자들은 3~40억 년 전엔 이곳에 강물이 흘러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지만 이 곳이라면 생명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거야. 실제로 퍼서비어런스는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거고.

[CG Graph 2. 퍼서비어런스의 임무 수행 경로]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일(Sol) 기준으로 1,622일 37.15km를 이동하고 있어. 지역을 오고 가면서 화성 표면의 시료들을 이렇게 수집하고 있지. 현재까지 모두 30개의 시료가 모아졌고 이번에 생명체 흔적이 담겨있던 샘플은 바로 이 곳에서 채취한 25번째 샘플이야.

퍼서비어런스가 이렇게 샘플을 모으는 이유는 단순히 이 녀석의 미션이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생명체의 증거가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려면 이걸 다시 지구로 가지고 와야 해. 그래서 퍼서비어런스의 임무에는 이 샘플을 지구로 다시 가져오는 것까지 포함해서 설계되었지. 이름하여 Mars Sample Return(MSR).

MSR 프로젝트의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7년과 2028년에 진행되어야 하지만 해당 일정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야. 가장 이른 현실적인 스케쥴이 2030년 초인데 문제는 예산이 너무 크다는 데 있어.

NASA의 현재 MSR 예산은 56억 달러 수준이야. 하지만 현재 계획대로 흘러가더라도 비용은 72억에서 91억 달러 수준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2030년 일정이나 대체 시나리오로 계산하면 그 비용은 최대 109억 달러까지 늘어나게 돼.

이번 퍼서비어런스의 발견은 매우 대단한 성과인 것은 맞아.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발견이라고 하긴 어려워.

사실 퍼서비어런스 미션에 샘플 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왜냐하면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다짜고짜 화성 암석 샘플을 가져올 필요가 없거든. 근거가 있어야 샘플을 가져올 이유가 있는 거지. '샘플' 확보라는 것 자체가 이미 과거 화성 탐사에서 생명체 관련된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걸 의미해. 우리들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과거에 있었던 NASA의 발표나 관련 기사를 본 게 있었을 거야. 가령 화성 토양에서 유기 화합물이 발견된다는 소식들 말이야.

이런 소식들은 2012년부터 화성을 탐사 중인 큐리오시티가 대부분 전해왔던 이야기들이야. 큐리오시티는 그 무게가 1톤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탐사선인데, 아예 실험실을 탑재해서 화성에 갔어. 이 친구의 기여로 지난 2013년 NASA는 화성이 과거에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지.

지난 2018년엔 화성의 30억 년 된 퇴적암에서 유기 화합물 분자 발견을 하기도 했어. 암석에서 유기 화합물이 감지되었다는 건 생명체의 구성 요소 중 일부가 화성에 존재했음을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해. 당장 올해에도 화성에서 유기 화합물을 발견할 정도로 생물학적 가능성을 가진 흔적을 계속 발견해 내고 있어. 그러다보니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흥분되는 발견이긴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아.

그런데 왜 NASA는 지금 이렇게 요란스럽게 발표를 할 걸까? 이미 살펴봤던 NASA의 예산 상황과 발표 시점을 보면 답이 있을지 몰라. NASA의 긴급 발표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미국의 2026년 예산 심의 시즌과 겹쳐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임기 초기 정부효율부를 내세워 여기저기 칼춤을 추면서 요란스러웠던 것, 구독자도 기억나지? NASA도 예산 삭감과 정부 효율화 칼날을 피할 순 없었어. 백악관이 제출한 2026년 예산안을 보면 그 삭감규모가 상당하거든.

금액을 비교해보면 전년 대비 25.9%가 감소한 수준이야. 과학 예산을 살펴보면 거의 절반 가까이 삭감될 예정이지.

이런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올려, 예산 확보를 위한다면? '화성 생명체 흔적 발견' 발표가 제격일 수 있어. NASA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발견이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발사된 퍼서비어런스 실적이라는 걸 굳이 강조하기도 했어.

일단 백악관이 제출한 2026년 예산안에는 예산이 오버된 화성 샘플 복귀 프로젝트 항목은 빠졌어. NASA에선 기존 회수 방법 대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

기초 과학 투자가 리더 한 명의 판단으로 한 순간에 뒤바뀌는 건 지금같이 기술 패권이 중요한 시기에 매우 위험한 일이야. 이미 우리나라도 경험한 바 있지.

NASA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예산 삭감과 대규모 감원 압박에 반발한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과학 연구 예산은 정치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거지.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연구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과학자들은 '보이저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어. 현재까지 보이저 선언에 참여한 과학자는 모두 363명. 그 중 183명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고 나머지 180명은 이름은 밝히지 않은채 이 선언에 참여했어.

다행인건 의회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거야. NASA에 대해서는 당을 초월해서 전반적인 지지세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거든. 그래서 NASA 예산을 심의하는 위원회에서는 트럼프의 NASA 예산 삭감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

실제 미 하원 예산 심의 의원들은 NASA 예산 삭감 제안을 거부하고 2025년 예산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는 안을 승인했어. 그리고 이 예산안에는 화성 샘플 회수 프로그램 예산도 포함되었지.

오늘 살펴본 NASA의 화성 생명체 흔적 발견은 분명 인류 역사에 남을 중요한 발견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목격한 것은 과학적 발견조차 정치적 압박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야. 예산 삭감의 칼날 앞에서 NASA는 '화성 생명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과학자들은 보이저 선언으로 맞서고 있어.

화성의 흙 속에 숨겨진 생명의 비밀, 그것을 밝혀내는 것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 부디 NASA의 도전이 예산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막히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며, 오늘 준비한 편지는 여기서 마무리할게.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영화] 마션

"화성 탐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지? 바로 '마션'이야. NASA의 화성 탐사대원인 마크 와트니는 모래폭풍을 만나 실종되고, 그를 찾지 못한 탐사대는 결국 수색을 포기한 채 화성을 떠나. 하지만 마크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NASA와 팀원들은 마크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야. 화성 유인 탐사는 결코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몰라. 2030년대엔 인류가 화성으로 갈 수도 있대. 언젠가 인류가 화성에 도달할 날을 상상해보며 이번 주말 마션을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