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강력한 조치인데도 불구하고 호주 국민 여론은 이 법안을 대체로 지지하고 있어. 2024년에 이뤄진 여론조사 자료를 보니까 호주 국민의 77%가 해당 법안에 찬성하고 있더라고. SNS 기업이 법을 어길 경우 더 강력한 처벌을 도입하는 데에도 87%가 찬성 의사를 밝혔고.

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해. 아동 복지 전문가, 기술 분야 전문가 140여 명은 SNS 전면 차단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며 이런 서한을 호주 총리에게 보내기도 했거든. 규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동,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SNS를 원천 차단해 버리면 오히려 이용이 음지화될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법안은 곧 시행을 앞두고 있어. 당장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던 호주의 청소년 인플루언서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야.

대표적인 호주의 인플루언서 가족인 '엠파이어 패밀리'는 결국 영국 런던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기로 했더라고.

SNS에 강력 규제 정책을 꺼내든 건 호주뿐만이 아니야. 지난 10월엔 덴마크 정부가 15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막겠다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어. 노르웨이도 SNS에 접근할 수 있는 연령을 현행 13세에서 15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북유럽 국가뿐 아니라 각국 여론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이제는 SNS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지난여름에 진행한 조사 자료야. 응답자의 71%가 아동,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에 찬성한다고 답했어. 인도네시아가 8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콜롬비아가 이었어. 호주보다 찬성 비율이 높은 국가가 5곳이나 있는 만큼, 앞으로 SNS 규제 정책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거지.

사실 호주에서 이런 강력한 법안이 나온 배경에는 SNS를 통한 '온라인 괴롭힘' 문제가 있어. SNS 상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겪던 12살 소녀 두 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커졌던 거야.

다른 국가들의 입장도 비슷해. 덴마크 총리는 의회 개원 연설에서 "우리가 괴물을 풀어 놓았다"며 SNS의 위험성을 우려하기도 했지.

하지만 이 SNS를 단번에 끊어내기는 쉽지 않아. 사실 생각해 보면, SNS가 우리 삶에 녹아든 게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싸이월드가 1999년에 나왔고, 페이스북이 2004년, 트위터가 2006년, 인스타그램이 2010년에 등장했어. 30년도 채 되지 않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SNS는 전 세계를 장악했고, 이제는 SNS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가 됐어.

올해 10월 기준으로 SNS 이용자는 56억 6,000만 명. 전 세계 인구 82억 명 가운데 3명 중 2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어. 주간 이용 시간은 18시간 36분으로 전 세계 사람들은 하루 평균 약 2시간 40분가량 SNS를 쓰고 있는 거야.

우리가 이렇게나 많은 시간을 SNS에 쏟아붓게 되는 이유는 분명해. 일단 한 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SNS는 우리가 접속할 때마다 뇌에 강력한 쾌락과 보상이 주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이 보상에 익숙해지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또 켜게 되는 거고.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알아서 골라 보여주는 '추천 알고리즘'이 대표적이야. 일일이 찾지 않아도, 볼 만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눈앞에 재생되니까. 영상이든, 글이든, 사진이든 가리지 않고 이용자가 더 빠르고, 더 많이 소비하도록 끝도 없이 콘텐츠를 밀어 넣지. 우리가 잠깐이라도 멈추지 못하도록 말이야.

우리는 심리적으로 여러분을 최대한 빨리 조종하는 방법을 알아내서, 그 도파민 쾌감을 다시 돌려주려 합니다. 페이스북은 이를 훌륭히 해냈고, 인스타그램도, 왓츠앱도, 스냅챗도, 트위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마스 팔라하티야 (페이스북 전 사용자성장 담당 부사장)

추천 알고리즘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러면 한 번 쓱 넘겨버리면 그만이야. 그러면 또 다른 콘텐츠가 바로 등장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진 '무한 스크롤' 기능은 알고리즘으로 걸러진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또 끝도 없이 이어 붙여 우리 뇌에 주입하고 있어. 이런 콘텐츠의 정점에는 숏폼 영상 콘텐츠가 있지.

구독자,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SNS는 무엇일까? 유튜브? 아니야. 정답은 틱톡이야. 틱톡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시간 37분으로, 유튜브보다 12분 더 길어.

하루 1시간 이상 사용 시간을 기록한 서비스는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이렇게 4가지뿐이었는데, 네 SNS 모두 숏폼 특화 서비스가 존재해. 틱톡은 태생이 숏폼 플랫폼이고 유튜브엔 쇼츠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엔 릴스가 존재하니까.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메신저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SNS는 카카오톡이지만, 얼마나 오래 쓰는지로 보면 역시 틱톡 라이트가 1위를 차지하고 있거든. 참고로 틱톡 라이트는 영상을 보면 그 시간에 비례해 포인트를 주는 보상 플랫폼이야. 틱톡 라이트를 포함해 TOP 3에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함께 올라 있을 정도로 숏폼 콘텐츠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어.

SNS와 숏폼 콘텐츠의 중독성은 이미 많은 이용자의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어.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충동성을 자극하고 정서적 불안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 SNS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허전함을 느끼는 등 일종의 금단 증상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해. 이런 SNS의 중독 징후는 전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 WHO의 유럽지역 사무소에서 총 40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11%의 청소년들이 중독 같은 '문제적 SNS 사용' 증상을 겪고 있었어. 눈에 띄는 건 성별 격차야. 성별, 연령별로 따져봤을 때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그 비율이 뚜렷하게 높았거든.

SNS의 부정적 영향이 계속 보고되자 이용자들과 우리 사회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있어. 일단 미국에서는 뉴욕, 캘리포니아 등 33개 주 법무장관이 메타에게 소송을 제기했거든. 플로리다 주 역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메타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참고로 메타는 두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

메타뿐 아니라 틱톡도 13개 주로부터 비슷한 소송을 당했고, 미국 학부모와 학교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선 상태야.

메타가 특히 강하게 비판받는 이유는 굵직한 SNS를 보유한 측면도 있지만, 자사 서비스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내부 연구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 때문이야.

실제로 인스타그램이 10대 여학생들의 신체 이미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내부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메타는 약 2년간 이걸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물론 소송과는 별개로 빅테크들도 이런 상황에 손 놓고 있지는 않아. 자체적으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10대 전용 계정을 운영하는 등 SNS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거든. 지리적 제약 없이 누구든지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SNS의 장점은 살릴 필요가 있다는 거지.

지난해 옥스퍼드가 선택한 단어는 'Brain Rot', 뇌 썩음이었어. SNS를 가득 채운 의미 없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면서 우리들의 정신은 점점 무너져가고 있어. 정신 건강뿐만이 아니야. 집중력은 떨어지고, 깊이 있는 사고는 사라지고 복잡한 글을 읽는 건 점점 버거워지고 있지.

성인들도 이 정도인데,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어떨까? 더 우려되는 건 여기에 AI라는 또 다른 Brain Rot 도구가 등장했다는 거야. 생각은 AI에 외주를 맡기고 판단은 알고리즘에 위임하면서 우리의 뇌는 점점 더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어.

호주는 이 상황에서 전면 금지를 선택했어.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구독자는 어떻게 생각해?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야.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구독자,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