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만 위성 통신 서비스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야. 인터넷도 위성을 통해 사업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 빌 게이츠도 있었어.

빌 게이츠는 일찍부터 인터넷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곤,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고안해. 1994년 빌 게이츠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텔레데식을 발표했어. 총 84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서 우주 공간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지. 살펴보면 사실상 현재 스타링크의 사업 목표와 방법까지 거의 동일해.

하지만 문제는 사업성이었어. 지상의 이동통신사와 비교해서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는 사업성이 너무 떨어졌거든.

물론 모토로라와 빌 게이츠의 아이디어가 허무맹랑한 건 아니었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진 지상의 이동통신사의 커버리지 확대가 꽤나 지지부진한게 사실이니까. 그 틈을 위성 서비스로 노려보려 했던 건데... 돈은 돈대로 들고, 여러 국가에 설치할 위성 기지국을 허가받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서 사업이 진행이 되질 않았던 거야. 그 사이 지상의 이동통신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는 급성장 했고.

결국 빌 게이츠의 텔레데식은 2002년에 서비스를 중단했고, 50억 달러가 넘게 든 이리듐 프로젝트는 단돈 2,500만 달러라는 헐값에 팔리게 돼. 일각에서는 모토로라가 몰락한 원인 중 하나가 이 이리듐 프로젝트라고 분석하기도 하더라고.

빌 게이츠는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에 실패했지만 일론 머스크는 성공한 이유는 뭘까? 바로 스타링크의 모체인 스페이스X의 자랑, '로켓 재활용' 때문이야.

우주 산업에서 가장 큰 발목을 잡았던 건 비용 문제였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게 발사체, 로켓 비용이지.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로켓의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기존엔 우주공간에 1kg의 화물을 보내는 데에 약 4만 달러가 필요했어. 하지만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 이후엔 그 비용이 1~2천 달러로 확 줄어들었지.

위의 팰컨9이 우주 로켓 역사상 처음으로 재사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발사체야. 로켓을 재사용하면서 발사 비용이 현저히 떨어졌고, 그러다보니 관련 사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거지.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재사용 로켓 모델은 팰컨9 블록5이야. 이 블록5 로켓의 재사용 데이터를 가지고 그래프를 그려봤어.

2018년 5월 11일 첫 발사부터 2025년 8월 31일까지 역대 블록 5 로켓의 재사용 데이터를 가지고 그려본 그래프야. 그래프에 표시된 라인 하나하나가 블록5 로켓을 의미하지. 총 36개의 로켓이 모두 461회 발사되었어. 로켓 하나당 평균 12.8회 운행한 셈이야. 총 6번의 착륙 실패와 1번의 발사 실패가 있었지만 꾸준히 재사용되며 우주를 오가고 있어. 가장 오랫동안 재활용된 로켓은 B1067로 총 30번 재활용 되었다는 사실!

참고로 지난 2022년에 발사된 대한민국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도 이 블록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갔어. 이처럼 스페이스X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 기관들을 상대로 우주 셔틀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싣고 우주로 쏘아올린 건 역시나 스타링크 위성이지.

블록5의 발사 가운데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한 경우는 모두 299건이야. 전체 발사의 64.9%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 그렇게 쏘아올린 스타링크 위성이 9월 1일 기준으로 8,296개이고, 그 중에 8,279개가 작동중이야.

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앞으로 그 갯수를 더 늘려서 총 4만 2천대의 스타링크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계획을 갖고 있어. 훨씬 더 많은 양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발사체 스타쉽을 활용해 대량으로 뿌릴 예정이야. 최근 성공한 스타쉽 10차 시험 비행에서 위성 모형을 방출하는 데 성공한만큼 그 계획이 실현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점점 더 많은 스타링크 위성이 우리 지구 상공을 뒤덮으면서 스타링크 서비스 질은 계속 좋아지고 있어. 미국 지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연 시간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

올해 하반기면 이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거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어. 사실 스타링크의 한국 법인이 설립된 건 지난 2023년으로 시간이 이미 꽤 됐어. 해외 사업자가 직접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순 없고 국내 사업자와 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스타링크 코리아는 SK텔링크와 계약을 맺었어. 이 협정은 지난 5월에 승인되었지.

남은 건 안테나에 대한 적합성 평가였는데 이것도 통과되었어. 참고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와 달리 수신기가 있어야해. 마치 집 안에 와이파이용 기기를 설치하는 것처럼 말이야. 여튼 행정 절차가 다 마무리된 셈이라 서비스 시작 시점은 사업자인 스타링크에 달려 있어. 스타링크 뿐 아니라 또 다른 글로벌 위성 통신업체인 원웹도 한국행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더라고. 원웹은 한화시스템, KT샛과 협력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야.

참고로 원웹의 창립자인 그렉 와일러는 2007년부터 위성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구상했어. 당시엔 돈이 부족해서 프로젝트가 실패했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렉은 2014년에 일론 머스크를 만나 다시금 사업을 재가동시켰지. 그 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지구를 감쌀 단 하나의 웹, 원웹 프로젝트였어. 물론 둘 사이에 갈등 때문에 지금은 갈라서서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말이야.

다시 스타링크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스타링크의 기술력과 별개로 여전히 의문인 지점이 있어. 로켓 재활용같은 기술력 좋은 것 인정하고, 또 위성의 규모도 스타링크가 가장 많은 것 알겠는데 당장 우리에게 필요하냐는 거엔 물음표가 달리거든. 일반 이용자 입장에선 위성 없이도 문제 없이 데이터를 쓰고 있으니까.

사실 대한민국은 지상의 통신 인프라가 아주 잘 갖춰져 있어. 우리나라 5G 연결 환경은 전세계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말이야.

인구 10만 명당 5G 기지국 수는 대한민국이 593으로 압도적 1위를 자랑해. 2위인 리투아니아와 격차가 상당하지. 인구 100명 당 5G 연결 지표 역시 한국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어.

정부에선 매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를 점검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 조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커버리지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75.25%를 차지하고 있어. 현재는 그보다 더 넓어져서 주요 3사의 커버리지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전국 어디서나 5G가 이용 가능한 상황이야. 지상의 인프라가 거의 전국에 걸쳐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타링크의 메리트가 크게 없는 게 현실이야.

게다가 스타링크의 속도와 가격도 국내 기존 서비스 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것도 한계점이고. 스타링크의 인터넷 속도는 기본 50Mbps이고 비싼 요금제로 하면 최대 500Mbps까지 올라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기가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있어. 그것도 스타링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지.

그러다보니 전문가들은 스타링크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는  당장은 힘을 못 쓸 것으로 예측해. 그래서 스타링크도 서비스 초기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단 B2B(기업간거래)나 B2G(기업정부간거래)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현재 인터넷 커버리지에서 가장 빈틈이라고 할 수 있는 해상과 항공 시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지금 당장 스타링크가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실제로 큰 방향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지만 미래엔 다를 수 있어. 미래에 다가올 6세대 통신, 이른바 6G 시대에선 위성을 활용한 3차원 통신망 구축이 필수거든.

6G 시대엔 지상의 기지국뿐 아니라 위성을 기지국으로 활용하고, 그렇게 되면 해상이나 항공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해져.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또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교통수단에서는 끊김 없는 통신이 필수적이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하기엔 2029년이면 6G 환경이 상용화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그래서 주요 국가들은 기술 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에 투자해 나가고 있어.

일단 미국은 4만 2천개의 위성을 목표로 하는 스타링크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국가 네트워크, 궈왕이라는 이름을 단 이 사업은 2035년까지 총 1만 3천개의 위성을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어. 참고로 지난 해 말에 처음으로 궈왕의 첫 위성이 발사되었어. 유럽도 마찬가지야. 유럽은 민관이 합동으로 아이리스2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저궤도에 264개, 중궤도에 18개 위성을 쏘아 복합 위성 인터넷 망을 구축하려고 해.

많은 국가들이 이렇게 투자에 나서는 건 기술 선점의 목적도 있지만, 기술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볼까? 만약에 스타링크가 우리나라의 6G 시장을 장악하고 그것을 무기 삼아 미국이 불평등 협정을 요구한다면?

말도 안되는 얘기 같지만, 사실 이게 우크라이나에게 닥쳤던 실제 상황이야.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어. 러시아가 전쟁 발발 초기 우크라이나의 통신 시설을 공격했을 때, 스타링크가 신속하게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이어올 수 있었어. 지상 기지국이 무력화되더라도 스타링크의 위성을 활용해 우크라이나가 통신을 원활히 이용했던 거지.

그런데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이 스타링크를 빌미로 협상을 진행한 거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게 희토류 지분 50%를 미국에 줄 것을 요구하면서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는 외신 보도, 구독자 기억나? 이 제안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스타링크 차단이었어.

관련 내용이 전해지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어.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차단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민간 기업들의 기술을 정부가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려워. 이런 상황에서 기술 종속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게 다른 국가들의 입장인 거야. 중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그래서 앞다투어서 자체적인 위성 통신망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올해 시작되었어. 2030년까지 총 3,2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일단 이 사업에는 저궤도 위성 2기 발사가 목표로 잡혀있더라고. 다른 국가들의 규모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상황이야.😭

[도서] 궤도

2024년 부커상은 서맨사 하비의 『궤도』가 수상했어. 하루에 열여섯 번의 일출과 일몰이 반복되는 우주정거장에서 여섯 우주비행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 어디서 읽어도 마치 그곳이 우주정거장인 듯한 몰입감을 주더라고. 인상 깊었던 문장을 하나 공유할게. “우주력에서 인간이 무엇을 했고 존재했는가는 1년 중 딱 하루, 찰나에 깜빡였다 사라지는 빛이어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