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이 공개된 3주 차에 주간 시청자수가 무려 6,870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 숫자는 역대 넷플릭스 최고치야. 2위는 시즌 2의 공개 첫 주에 찍은 6,800만 명이고, 3위는 시즌 3는 첫 주 시청자수인 6,010만 명이야. 그냥 오징어게임이 기록이라는 기록은 다 갖고 있는거야.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대한민국 콘텐츠의 시청시간 점유율은 8~9%. 압도적인 미국 콘텐츠에 이어 대한민국 콘텐츠가 전세계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어. 문화 강국 영국과 일본보다 더 높은 수치야.

사실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한국의 힘이 느껴지고 있지. '케데헌'과 '오겜3'의 흥행에 한 달 앞서서 또 하나의 낭보가 들려왔던 것 기억나? 한국 창작 뮤지컬인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연극, 뮤지컬계의 가장 권위있는 상, 토니상을 수상했어.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랑을 다룬 한국의 SF 뮤지컬이 작품상을 비롯해 10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이 중 6개 부문을 석권했어.

미국 대중문화계에 가장 권위있는 상 4개가 있는데, TV 방송계엔 에미상, 음악계에는 그래미상, 영화는 오스카가 있고, 연극과 뮤지컬에는 토니상이 있지. 이 네가지 상의 첫 글자를 따와서 EGOT이라고 부르는데, 워낙 달성이 어려운지라 EGOT을 일단 달성하면 미국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인정을 받을 정도야. 전설적인 팝스타 엘튼 존도 EGOT을 달성하는 데 37년이 걸렸어.

1993년에 소프라노 조수미, 2011년에 첼리스트 김기현, 2012년에 황병준 엔지니어가 그래미상을 수상하면서 G를 제일 먼저 달성했고, 그 다음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에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오스카 트로피도 거머쥐었어. 그리고 2022년에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수상하면서 EGO를 만들었고,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연극과 뮤지컬 분야에서 이번에 토니상을 받으면서 EGOT을 완성시킨 거야.

이제 해외에 나가서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게 더 이상 어깨가 으쓱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어. 해외 길거리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오고, 해외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게 놀랍지 않을 정도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커졌어.

이처럼 좋은 한국의 문화가 전세계로 퍼지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지? 넷플릭스가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 있더라고. 미국, 한국, 브라질, 프랑스, 일본, 태국 등 8개국의 1만 1,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K콘텐츠가 한국의 세계적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거야.

분석 결과, 한국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역시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어. 단순히 콘텐츠 소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음식도 맛보고, 한국의 패션과 뷰티 트렌드에도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학습하고 더 나아가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다는 거지.

특히 주목할만한 건 한국의 뷰티 산업이야. 한국의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의 스킨케어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거든. 구글에서 최근 5년간 'skincare'를 검색한 글로벌 이용자들의 연관 검색어를 살펴보면 한국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이 보여. 대놓고 'Korean Skincare'라는 단어도 있고, 미국에서 대박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Beauty of Joseon)와 글로우레시피(Glow Recipe)도 확인할 수 있었어. 이런 관심은 실제 시장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전 세계 코스메틱 시장을 주름잡던 곳은 프랑스와 미국이었어. 그런데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성장세가 심상치 않지. 코로나19 판데믹에 이커머스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꾸준히 수출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 2020년 미국을 제치고 화장품 수출 점유율 세계 2위에 올랐고, 그 상승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

화장품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났어. 불닭볶음면 같이 한국의 매운 음식에 도전하는 챌린지 콘텐츠는 이미 일찍부터 유튜브, 틱톡을 가리지 않고 유행이었잖아. 불닭볶음면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2020년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더 많아지기도 했어. 2024년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의 3배를 넘어섰고.

라면뿐 아니라 만두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어.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대한민국 전체 식품류 수출 규모는 2013년 4조 3,100억 원 규모에서 2023년 8조 6,200억 원으로 2배 늘어났지.

문화 전반에 걸쳐, 나아가 생활 양식에까지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문화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새삼 놀라게 돼. 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5%가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흐름이 계속 된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영향력도 커질 거야.

그런데 한국 문화의 이런 강력한 바람이 얼마나 지속될까? 한편에서는, 지금이 한국 문화의 정점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 전세계 8위야. 문제는 향후 성장 전망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해외 32개국의 콘텐츠 시장을 분석했는데, 한국의 콘텐츠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4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었어. 이는 조사 대상국 중 뒤에서 7등으로 상당히 낮은 수치야. 문제는 이뿐만 아니라 콘텐츠산업의 수출액 흐름에서도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습이라는 거야.

위 그래프에서 오른쪽에는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 수출액 변화가 나타나 있어. 2013년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수출액이 채 50억 달러가 되지 않았었는데, 2019년엔 100억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상승세를 탔었지. 하지만 최근 들어 연간 성장률이 크게 꺾인 모습이야. 2023년 수출액 성장률은 0.7%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고, 2024년 역시 1.8% 성장에 그쳤어.

우리 문화의 힘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는 특히 영화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어.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전 세계의 영향력있는 영화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편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는데, 1위가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어.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독자가 선정한 순위에서도 <기생충>은 1위를 차지했지. <기생충> 외에 100위 안에 들었던 한국 영화는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가 있었고. 독자들 순위에선 <아가씨>도 포함되었더라고.

이 리스트에서도 문제가 드러나. 봉준호, 박찬욱 그다음에 올 넥스트 인물이 없다는 거야. 봉준호, 박찬욱, 거기에 홍상수, 이창동까지 이른바 '봉박홍이' 이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감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영화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올해 칸영화제에 한국 영화 초청작이 한 편도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러한 위기론에 불을 지폈지. 물론 1차 초청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최종 초청작에는 대한민국 영화 2편이 포함되었어.

1984년 우리나라 영화가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된 이래로 현재까지 총 137개 작품이 초청되었어. 그래프를 보면 적지 않은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등이 포진된 칸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되어 왔어. 그 정점은 2009년이었어. 당시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포함해 장편, 단편, 고전 복원 작품까지 포함해 총 9편이 초청되었지. 그런데 그 기세가 지금은 좀 꺾인 모습이야. 2010년대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영화는 더 이상 칸영화제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케이팝의 위기론도 비슷해. BTS와 블랙핑크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더라고. 실제로 두 그룹이 지난해 그룹 활동을 쉬면서 케이팝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이야기도 음악계에서 나오고 있어. 실제, 실물 음반 판매량은 2023년 피크를 찍고 2024년엔 20% 가까이 줄기도 했고.

정말 한국 문화는 이제 정점을 찍고 내려올 일만 남은 걸까? 어쩌면 아직 너무 이른 판단일지도 몰라. K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고, 미국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같은 작품이 또 나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니까.

하지만 오늘 확인한 데이터를 보면 화려한 외형과는 다르게 우리 내부의 동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어. 언젠가 본 듯한 속편과 리메이크 작품들이 극장가를 채우면서 새로운 이야기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한국 영화의 칸영화제 초청 실적은 하향세에 접어들었지. 반면, 일본 영화계의 상황은 달라. 한때 한국영화의 활력과 다양성을 부러워한 일본 영화계는 올해 칸 영화제에 장편 영화만 6편을 올리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내실이 단단해야, 외부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겠지. 그리고 그 내실은 새로운 시도에서 나올 수 있을 거야. 일본이 지금 다시 부활의 조짐이 보이는 것 처럼 말이야. 어디선가 본 듯한 성공 공식의 반복 대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야.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