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시간당 72mm 이상의 비가 관측된 곳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어. 2015년엔 27번 관측되었지만 지난 해엔 97건으로 크게 늘었지. 게다가 시간당 100mm를 넘는 경우도 계속 집계되고 있어.

이런 극한호우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중이야.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거든.

지난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는 한 시간에 무려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어. 중국 본토 기록을 갈아치운 역대 최고수치로 3일 동안 정저우에 내린 비가 600mm가 넘어. 평소라면 1년에 내릴 비가 단 3일만에 내린 거지. 참고로 허난성에는 지난해 7월에도 극한호우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했어.

중국 뿐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지난 2021년에 100년만에 폭우가 발생해 24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어. 작년 스페인에서는 시간당 184.6mm의 비가 왔는데 이 때 홍수로 사망자만 223명 발생했고, 130억 유로가 넘는 경제적 손실을 낳기도 했지.

제주도는 이미 지난주 목요일부터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어. 그렇다면 궁금한 건 올 여름에 극한호우 가능성이 얼마나 될 지인데, 기상청에선 내륙의 상황은 유동적이라면서도 내륙 곳곳에 강한 호우 가능성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극한호우는 다양한 기후환경의 영향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딱 잘라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공기 중으로 공급되는 열과 수증기의 양, 또 그 때의 대기 상황, 그리고 국지적인 환경,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물폭탄의 씨가 될 공기 중 수증기의 양이 심상치 않다는 게 문제야.

극한호우의 발생 원인 중 하나인 대기 중 풍부한 수증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그러다보니 바다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있어. 특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상황이 심상치 않아.

2024년 한반도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8.6도였어. 최근 10년 평균치보다 1.3도 높았고 최근 10년 중 가장 뜨거웠지. 월별로 살펴보면 모든 달이 평균보다 높았어. 특히 9월엔 평균대비 3.2도나 더 높았고. 동해와 남해에서는 지난해 9월 모든 날이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뜨거웠을 정도로 지난해 바다 수온 상황은 심각했어.

그런데 올해 바다 수온이 2024년보다 더 뜨거울 수 있을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더라고.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올해 여름철 바다 수온 전망 지도야. 6월부터 8월까지 평균 수온 전망치를 나타낸 건데 평년보다 1도 내외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됐어. 이 예측치대로라면 사상최고치였던 지난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여.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평균 수온이 24.75도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0.55도 더 높은 25.3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더라고. 우리나라 주변 바다가 뜨거워진 만큼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져서 언제든 상황만 갖춰지면 극한호우로 쏟아져 내릴 수 있는 거야.

문제는 올해를 넘어서 앞으로 닥쳐올 미래야. 기후위기 대응을 해나가고 있지만, 쉽사리 온도 상승은 잡히지 않고 있어. 게다가 트럼프가 재집권한 미국에선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며 다시금 화석연료를 쓰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상황이 좋아지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지. 이런 흐름이라면 극한의 기후 환경은 일상이 될 수밖에 없을 거야.

국내 연구진이 70년 뒤의 대한민국에 어떠한 극한호우가 찾아올지 예측을 해봤는데, 지금보다 더 잦아지고 강도도 세질 것으로 나왔어.

위 지도에 과거와 비교해서 미래에 시간당 강한 비,  즉 극한강수가 얼마나 자주 발생할지 표시해봤어. 색이 초록색으로 진할수록 해당 지역에서 극한강수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뜻인데,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되는 시나리오(SSP5-8.5)를 보면 특히 남부지역에서 강한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보일 거야.

주목할 달은 7월이야.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될 경우(SSP5-8.5) 7월의 극한강수 발생은 과거보다 최대 3.7배 늘어날 수 있어. 물론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7월의 극한강수는 여전히 지금보다 더 많이 증가해. 계산해보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즉, 온실가스를 줄여도 강하게 쏟아 붇는 비의 증가를 완전히 막지 못한다는 거야. 그 말인즉슨 우리는 지금부터 극한호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거지.

정부에서는 "일단 장마부터"를 내걸고 여름철 수해 대책 마련에 집중했어. 전국 지자체장들과 또 안전 관련 부처 인사들과 모여 장마철 대비 상황을 점검했던건데,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

이처럼 미리 예방하고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겪어야 할 극한의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지난 2023년 7월에 한반도 전역에 폭우가 닥쳤던 때, 충북에 있는 괴산댐에서는 물이 댐을 넘쳐서 흐르는 월류 현상이 발생했어. 괴산댐은 과거 1980년에도 물이 댐을 넘친 적이 있었는데, 43년만에 다시 또 월류 현상이 발생한 거야. 물이 넘쳐서 하류 지역에 홍수가 날 가능성이 커지자 괴산댐 인근 지역과 하류 6개 지역에 사는 주민 6,400여 명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어.

댐에는 발전 목적도 있고, 용수로 활용하기 위한 저장 목적도 있겠지만 또 하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물을 담아두어 하류지역의 홍수를 완화하는 거야. 그런데 앞으로 극한호우가 더 강하게, 더 자주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월류 현상을 훨씬 더 자주 겪게 될지도 몰라.

참고로 미 연방재난청 조사에 따르면 댐 월류는 댐 사고의 가장 주요한 원인인데, 폭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댐에 월류가 자주 발생하게 되면 댐이 붕괴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야. 하지만 기존 댐 설계로는 앞으로 펼쳐질 극한 기후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 일단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미래 극한강수를 예측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주요 댐의 안전성을 분석해서 대비에 나서고 있어.

한강 유역에 있는 소양강댐, 충주댐, 횡성댐, 평화의댐 이렇게 4개 댐의 안전성을 미래 시나리오 별로 평가해보면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와. 시점을 전기, 중기, 후기 미래로 나누어서 살펴보면 중기, 후기 시나리오에서 월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지.

소양강댐은 1,000년 빈도 홍수를 대비해서 설계된 댐 답게, 최악의 미래 상황에서만 월류가 발생할 것으로 나와. 문제는 횡성댐과 평화의 댐인데, 두 댐의 경우엔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여유고가 부족하거나 월류 가능성이 높게 예측됐어. 횡성댐은 최대 3.07m의 물이 넘쳐 흐르고, 평화의댐은 최대 4.36m가 월류할 것으로 나왔더라고.

물론 월류하는 상황이 먼 미래인 후기 시나리오에서 발생할 수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하는 강우 패턴을 고려한다면 하루빨리 실제 강우를 반영한 기준치를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수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대형 하천을 관리하는 댐 뿐만 아니라 소하천의 홍수 대응능력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괴산댐에서 물이 흘러넘치던 그 날, 안타깝게도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도 인근 지방 하천이 범람하여 참사가 발생했어. 지방 하천의 범람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만큼 앞으로 강해질 호우를 생각한다면 지방 하천의 치수 설계 기준 역시 손 볼 필요가 있는 거지.

일단 작년에 행안부에서 도시지역 소하천 설계 기준을 기존 100년 빈도 홍수에서 200년 빈도 홍수로 2배 상향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어.

또한 도시 배수 인프라도 해결되어야 할 지점 중 하나야. 급격한 도시화로 건물이 많아지고, 도시 곳곳 포장도로가 깔리면서 물이 땅으로 통과하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이 늘어났잖아? 반면 배수 시설은 예전 그대로여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는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거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선 지하에 거대한 배수 터널과 배수지를 건설해 극한 폭우를 대응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제 막 사업의 첫 걸음을 뗀 상황이야. 물난리가 났던 서울시가 상습 침수 지역에 빗물터널을 6개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완성까지는 한참 걸릴 예정이지.

참고로 전국에 빗물터널은 딱 1개 있어.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빗물터널인데요, 이 빗물터널이 완공된 2020년 이후 양천구에서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지.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호우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어. 중요한 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대비를 하는 거겠지. 댐의 안전성 재검토, 소하천 치수 능력 강화, 그리고 도시 배수 인프라 확충까지.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우리 개인도 우리 동네의 침수 위험 지역을 미리 확인하고 대피 경로를 점검해 두는 것이 필요할 거야. 올여름만큼은 수해 피해 없이 모두가 안전하게 여름을 나길 바라며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할게.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구독자,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