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선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 20대 대선이 특별한 건 기존 대선에서는 극명하게 보이지 않았던 '성별 격차'가 드러났던 대선이기 때문이야. 기존엔 지역, 그리고 연령대에 따라 정치 성향이 갈렸다면, 지난 20대 대선에선 성별에 따라 성향이 갈라졌어.

위 그래프는 20대 대선 연령별, 성별 출구조사 자료야. 일단 연령별로 보면 투표 성향이 명확히 갈리지? 4050에선 진보 후보의 지지세가 강하고 60대 이상에선 보수 후보의 지지세가 뚜렷해.

이번엔 2030 청년층을 봐 볼까? 2030을 보면 성별에 따라 투표 성향이 갈리는 모습이야. 20대 남성은 과반 이상이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표를 주었고 반대로 20대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과반 이상 지지했어. 30대에서도 20대보다는 격차가 덜하지만 다른 세대에선 볼 수 없는 성별에 따른 격차가 확인되고.

10년 전 대선의 출구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느껴져. 지금은 성별에 따라 갈렸던 30대가 10년 전, 20대였을 때에는 진보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어. 당시 20대 남성이 문재인 후보를 62.2%, 여성이 69.0%를 지지해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 37.3%, 30.6%의 두 배 가까이를 기록했지. 하지만 10년이 흘러 지금의 30대 남성은 보수화되었고, 20대의 성별 격차는 30대 보다 훨씬 더 크게 벌어졌어.

이러한 흐름은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이 돼. 위 자료는 지난 대선에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조사한 성별 이념 성향 차이 결과야. 숫자가 크면 클수록 보수인데, 20대 남성은 60대 남성 다음으로 보수성이 높게 나타났어.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사이의 정치 성향 차이는 1.25점. 다른 모든 세대들 가운데 가장 컸지.

세대별 이념 성향에 대한 기존 통념 중 하나는 "젊은 층은 진보, 고령 층은 보수"라는 게 있잖아?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자면 진보 진영 입장에선 믿었던 집토끼를 잃은 셈이야.

2030의 지지를 되돌리려는 진보 진영 입장에서도, 또 청년의 늘어난 보수세를 더 늘리려는 보수 진영 입장에서도 젊은 층은 놓칠 수 없는 유권자이기에 이들을 향한 구애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바로 SNS를 통해서 말이지.

콘텐츠 소비가 쇼츠와 릴스 중심의 숏폼 콘텐츠로 넘어오면서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숏폼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탄핵이 선고된 4월 4일 이후 주요 네 후보 측에서 뽑아낸 유튜브 쇼츠의 총조회수는 9천만 뷰에 달해. 그중에서 강세를 보이는 건 이준석 후보야. 9천만 뷰 가운데 이준석 후보 쇼츠의 조회수가 8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게. 위 그래프는 네 후보들의 쇼츠 평균 조회수 흐름이야. 이준석 후보 측의 쇼츠는 꾸준히 상승하여 평균 조회수 20만을 바라보고 있어. 이재명 후보 측의 쇼츠도 상승세를 타고 조회수 5만을 바라보고 있고. 김문수 후보와 권영국 후보도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가 큰 상황이야.

후보별로 생산한 쇼츠의 총 합 '좋아요'만 따로 보면 이준석 후보가 150만, 이재명 후보가 122만으로 양강 체제를 보이고 있고.

SNS 플랫폼에서의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2030 세대의 정치 지형은 어떻게 변화를 맞이할까? 지난 대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던 성별 격차가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양상을 보일지, 21대 대선의 관전 포인트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거야.

미래 주요 유권자가 될 2030 젊은 표심에 정치권이 집중한 탓에 상대적으로 노년층은 선거에서 가려져왔어. 하지만 이제 그래서는 안 될 거야. 왜냐하면 그러기엔 노년층의 규모가 너무나도 커져버렸거든.

위 그래프에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대선, 총선, 지선의 연령별 유권자 비율을 나타내봤어. 지난해 4월에 치러진 22대 총선에서는 사상 최초로 6070세대가 2030 규모를 넘어섰어. 이러한 흐름은 당연히 이번 대선에도 적용될 거고. 2025년 4월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가지고 선거인수를 그려보면? 지난해보다 2030은 더 줄어들었고 6070은 더 늘어날 거야.

이 인구구조를 지역별로 그려볼까? 밑의 지도에서 회색으로 표시된 게 전체 유권자 중에 6070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들이야. 전체 시군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8%가 해당되지. 4050이 가장 많은 지역은 41.4%, 2030이 가장 많은 지역은 6.8%에 불과해. 정리해 보면 전국의 절반 이상의 지역은 6070세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야.

2017년 대선 때만 해도 4050의 영향력이 가장 컸어. 4050 세대가 제일 많았던 지역이 전체의 63.5%였고 6070이 많았던 지역은 25.7%에 불과했거든. 하지만 단 8년 사이에 이렇게나 변해버린 거야.

물론 단순히 인구 구조만 보고 판단하기는 일러. 왜냐하면 유권자 모두가 투표장에 오는 건 아니니까. 2030이 많이 있더라도 실제 투표장에 오는 사람이 적을 수 있고, 6070이 많이 없더라도 더 많이 투표하러 나올 수 있어. 그래서 최근 4번의 대선에서 연령대별 투표율을 살펴보면, 6070세대는 최소 75%를 넘기는 매우 높은 투표율을 기록 중이야. 지난 19대, 20대 대선에선 80%를 넘길 정도였지.

노년층의 인구도 과거보다 많아졌고, 게다가 투표장에 나오는 비율도 세대 중 가장 높다면? 위에 그렸던 지도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이 6070이 높은 곳으로 변경될거야. 실제로 계산해보면 1,300만이 넘었던 2030 유권자 중 투표장에 오는 사람들은 949만 명으로 확 줄어들고, 1,400만의 6070 유권자들 중에선 1,212만 명이나 투표를 하게 되는 거지.

엄청난 규모로 커지고 있는 6070세대. 나이 든 유권자가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만큼 보수 세력에게 유리한 걸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쉽지 않아. 왜냐하면 6070세대에 86세대가 끼어있기 때문이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교를 다닌 86세대들은 민주화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진보 진영을 지지해 왔어.